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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09. 2019

베트남 라오짜이와 타반 트레킹 함롱산(함종산)에서 사파

둘째 날 베트남, 타반 폭포, 다랭이논, 사파 트레킹, 어반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휴게실로 달려 나간다. 

어젯밤 모기 몇 마리가 괴롭히더니 아침이 되자 신기하게 사라졌다. 

휴게실에서 보는 풍광은 가히 절정이다. 

병풍처럼 판시판 산이 보이는데 구름에 가려졌다 나타났다 요술을 부리는 것 같다. 

아침을 주문하고 맛있게 먹은 뒤 스케치를 한다. 

30여분 스케치하다 데스크에 어제 문의해 뒀던 트레킹을 다시 한번 체크하니 갈 수 있단다.










 9시에 오기로 한 사람은 몽족인 '싸이' 그녀를 따라 내려가니 오늘 비가 올 테니 우산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녀를 따라  '판시판 스테이션'을 지나 가보지 못한 공간으로 내려간다. 기다리라 하니 여러 명이 나타나고 그 여러 명을 데리고 다른 숙소에 들려 8명 정도의 인원이 마치 분대장을 따라가듯 싸이를 따라 움직이게 된다. 

싸이처럼 여기저기 자기의 분대원들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 잘못하면 다른 분대원을 따라갈 수 있으니 분대원 얼굴도 잘 익혀 놔야 한다. 

한국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 한 명과 동양인 커플 그리고 영어권 친구 엄마와 딸 배낭여행객 커플 한 팀과 여자 두 명 오늘 우리의 팀이다. 

한국임으로 추정되는 친구는 확인 결과 대만 사람이었다. 

어제도 한국 여자로부터 한국인으로 오해받았다고 한다. 

여하튼 출발한다 






길은 울퉁불퉁 롤러코스터를 타듯 움직이길 20여분 라오 짜이로 추정되는 마을 입구에 선다. 

많은 호 몽족분들이 나와계신다. 

웬 환영인 파일까? 

나름 궁금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걷는 내내 쫒아 오신다. 

마을 입구에 있는 풀을 끊어서 보여준다. 상당히 질긴데 그걸로 삶고 말려서 옷을 해 입는단다. 

우리에겐 불법인 '대마초'였다.

마을로 가면 갈수록 계단식 논의 아름다움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마을 초입엔 그래도 몇 개의 기념품 가게와 식당과 나름의 상점이 있다. 

냉장고 없이 파는 고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우리나라도 50년 전쯤은 저렇게 팔았으리라 예상한다. 

조금 더 가자 어느 집에 들어가 싸이가 옷감 짜는 틀을 시연해준다. 

주인이 없어 보이는 집에서 마음대로 하는 걸 보니 싸이는 동네 주민이 맞나 보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에 우산을 펼쳐 들고 마을을 걷기 시작한다. 

우리 옛 시골 마을처럼 돼지새끼가 무리 지어 다니고 강아지들이 뒤엉켜 장난을 치며 병아리들이 엄마 껌딱지처럼 쫒았다니는 진짜 시골을 걷고 있자니 과거로 넘어온 듯 눈이 즐겁다. 

마치 동물의 사육제 음악을 듣는 듯 박자감 마저 생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일반 몽족 집으로 들어간다. 

비가 계속 내려 밥 먹는 시간이 더욱 운치를 더한다. 

밥은 기본적인 돼지고기 볶음과 양배추 볶음 그리고 호박볶음의 반찬으로 만들어진 밥상이었지만 밥을 먹으며 식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위기였다. 

동양인의 커플은 미국 커플이었는데 부모가 한국인인 듯했다. 

그가 타이완의 배우 왕대륙을 닮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타이완 아가씨는 정색을 하는 걸로 봐서는 왕대륙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식사가 마무리될 때쯤 비는 그치고 다시 촉촉이 젖은 시골길을 걷다가 타반 마을로 넘어가는 논길에서 산길로 이동한다. 

걸으며 보이는 풍경들은 너무 아름다웠고 그 풍경을 잡아두고 싶을 만큼 값진 시간이었다. 

몽족 여인들이 만들어준 풀로 만든 말 모양과 하트 모양은 그녀들에 대한 일종의 경계를 풀어준다. 




























산길로 접어들며 아까 온 비 덕분에 진흙으로 길이 위험해진다. 

평범한 산길처럼 보이던 곳이 가기 힘든 길이 되어 속도가 느려진다. 

힘든 길을 몽족 여인들이 잡아주고 도와준다. 

그녀들은 왜 가는 걸까? 

한편으론 고맙고 한편으론 궁금하다. 

그녀들에겐 익숙한 길처럼 보였다. 

나무들과 대나무들이 빽빽해 햇볕이 들지 않아 시원하긴 한데 여기저기서 미끄러지고 자빠지니 조심스러워 보인다. 

드디어 조금씩 보이는 옆 마을 타반, 그 마을이 신기루처럼 보이자 힘을 내어 도달한다. 

도달하자마자 시작되는 몽족 여인의 상업 맨트

'너를 보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이걸 사줬으면 좋겠다.'  

이 멘트 하나가 힘든 길을 같이 걸어온 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그녀가 가져온 작은 가방을 구입한다. 

흥정은 했지만 사파 시내에서 알고 있는 가격의  두배 정도에 구입했으니 그녀도 어느 정도는 고마워했을 것이다. 

구입 후 말하지도 않은 팔찌를 손목에 걸어준다. 

마을을 돌아서 가니 나타난 폭포, 소리 만들어도 시원한 그곳에 발을 담그고 진흙으로 범벅이 된 신발을 닦는다. 발가락 사이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니 내가 물이 된 듯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 공간에 이렇게 시간을 잊으며 사는 것도 좋겠다 싶다. 

30여분 폭포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고 조용한 타반 마을을 거슬러 올라가자 기다리고 있는 중형버스, 가이드 해준 싸이는 그 동네에 남고 우리는 싸파 시내로 돌아간다. 

가끔 '라오 짜이'로 걸어온 친구들이 버스를 잡고 흥정하고 돌아가는 것 같은데 5만 동에 움직여 주는 것 같다. 

우리 차에도 그렇게 추가로 움직이는 친구들이 탄다. 

사파 성당에 내려준 다음 우리는 서로들 인사하고 나는 혼자 '함종산'에 오른다. 









길이 두 개로 나눠져서 오른쪽으로 올라 왼쪽으로 내려오리라 맘먹고 쉬엄쉬엄 움직인다. 

산이 높지 않지만 나무도 좋고 특히 정상부의 헤븐스 게이트는 바위들이 미로처럼 만들어져 있어 헤치고 가는 재미가 있다. 

바위들을 헤치고 오르니 사파의 모습이 오롯이 한눈에 파노라마로 보인다.  

열심히 스케치를 하고 있자니 누가 불을 지른 듯 하얀 구름이 몰려온다. 

이내 하얀 구름이 그림을 이제 시작했는데 풍광을 흰색 스케치북으로 만들어버린다. 

기다렸다 슬쩍슬쩍 보이는 대로 마무리를 하니 어둠이 차고 건물에 빛이 나기 시작하는 밤이다. 












조심히 천천히 내려와 길을 걷는데 누군가 나를 알아본다. 

어제 판시판에서 봤던 여성 커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가까운 곳에서 같이 저녁을 먹는다. 

염소고기로 추정되는 고기와 보디빌딩 한듯한 개구리와 함께 사이공 맥주로 그날의 피곤함을 잊고 숙소로 돌아간다. 

어메이징 한 사파에서의 일상 같은 하루가 그렇게 지나간다.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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