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사랑 안기 13화

온우주(2)

by 김소희

주와 며칠 동안 만나질 못하고 있다. 문자 답장은 오는데 전화도 안 받고 자꾸 다른 일이 있다고만 한다. 온 혼자 학교 도서관에 가던 중 주를 마주쳤다. 마스크를 썼지만 주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주가 온을 발견하자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온도 주를 뒤쫓아 갔다. 막다른 길에서 주가 얼굴을 숙이고 있었다. 온은 주에게 다가가 왜 도망갔냐고 물어봤다. 주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말하는 주의 얼굴을 가만히 보자 눈가에 멍이 있었다. 멍에 대해 물어보자 주는 어디에 부딪혔다고, 그래서 온을 만나러 밖을 나올 수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오래가는 멍이면 얼마나 세게 부딪혔냐며 주의 멍을 자세히 바라봤다. 주는 온의 시선을 피했다. 멍이 든 게 창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도 시선을 거두었다. 주에게 학교 도서관 가는 중인데 같이 가자고 말했다. 주는 할머니 심부름 때문에 잠깐 나온 거라며 다음에 같이 가자고 했다. 주와 갈라지기 전까지 같이 걸으며 물어봤다.

“할머니랑 같이 살아?”

그렇다고 한다.

“할머니랑만 같이 사는 거야?”

“아니, 아버지도.”

어른처럼 아버지라는 말을 하는 주와 헤어지고 온은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주가 할머니, 아버지와 같이 사는 걸 알게 됐다. 어머니는 어떤 사정일까 궁금했지만 언젠간 알게 되겠지. 멍이 들었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주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주와는 계속 만날 수 없었다.

짧은 여름 방학이 끝나고 방학 중 수업이 시작됐다. 주를 오랜만에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 학교로 향했다. 한여름의 더위에 하복 차림인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동복 차림인 작은 아이를 발견했다. 주의 얼굴에 있는 멍은 어느새 연노랑색이 되어 피부색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멍인 줄도 모를 정도였다.

"안녕."

온은 아무렇지 않은 척 주에게 인사를 건넸다. 주도 평소처럼 인사를 받아줬다. 잠깐이었던 방학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가 주를 얼마나 반가워했는지, 등을 기분 좋게 얘기했다. 주는 듣기만 했다.

"너는?"

너는 어떻게 지냈어? 주의 지난날이 궁금했다. 대체 어디에 부딪혀 멍이 들었는지, 할머니의 심부름은 무엇이었는지 아주 궁금한 것부터 사소한 것까지 모두 묻고 싶었다.

"나는 잘 지냈어."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는 듯이 애매한 대답을 내민 주는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우리가 시작할 프로젝트를 구상했어."

주의 노트에는 블랙홀부터 시작해서 소립자라는 생소한 단어까지 가득 적혀있었다.

"SF 소설을 만드는 거야. 너는 소설을 좋아하니까 나랑 같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만한 일을 상상해서 그리는 거지. 어때?"

소설이라니. 주는 온의 문학적 기질을 흡수해 소설까지 영역을 펼쳐가고 있었다. 온은 주의 어려운 단어들을 이해하기에도 벅찼는데. 하지만 주와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주와 늘 같이 있고 싶었다. 우리의 프로젝트로 인해 주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꼭 하고 싶었다.

역시 시작은 도서관이었다. 다양한 SF 소설을 빌려 돌려가며 읽었다. 어떤 소재를 선택할지는 주에게 달렸다. 어떤 언어로 쓰일지는 온에게 달렸다. 4시에 수업이 끝나면 온의 집으로 가 주와 함께 한 문장씩 써 내려갔다. 표현하고 싶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주의 머리가 필요했다. 주가 온에게 해준 신기한 말들은 이야기를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과분했다. 가끔은 주의 말을 듣다가 주의 눈에 빠져들었다. 흥미로운 눈. 재밌어 죽겠다는 눈. 주의 그런 눈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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