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후각은 생각 이상으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처음으로 느낀 것은 냄새였다. 평소와는 다른 공기의 농도와 미묘하게 느껴지는 이질감.
작업실 문틈사이로 새어 나오는 가느다란 소리가 신음소리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문을 밀자 소파 위에 엎드려 있는 다갈색 피부의 여자와 등 뒤에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는 석훈이 보였다.
대낮의 햇빛 아래서 뒤엉킨 그들의 모습이 환멸이 느껴질 만치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질척이는 소라와 여자의 교성 속에서 석훈이 내 눈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순간 이전에는 본 적 없는 환희에 가득한 표정을 느꼈다. 그것이 착각인지 분간하지도 못한 채 머릿속이 주저앉는 현기증을 느끼며 의자에 앉았다. 석훈이 내내 그림의 그리던 캔버스 앞의 의자였다.
여전히 눈을 응시한 채로 석훈이 거칠게 몸을 움직였다. 은밀한 행위에 침입한 존재는 아랑곳없이 끈적이는 교성이 고막에 들러붙었다.
석훈의 폭력에 가까운 몸짓이 더해질수록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느낌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이 우스울 정도로 작위적이고 연극적이었다.
앞에 놓인 빈 캔버스를 향해 눈을 돌렸다. 의자 위에서 끊임없이 나를 그리던 그를 떠올렸다.
스스로에게 놀라울 만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낀다. 이제야 석훈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채워지지 않던 욕망에 대하여. 그는 스스로 화로가 되기를 선택했다는 것을.
방에 들어온 후로 단 한 번도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던 석훈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다. 여자의 고통에 가까운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상대를 부숴버릴 기세로 움직이던 석훈이 옅은 소리를 내며 여자의 등 뒤로 희뿌연 사정을 하고 고꾸라지듯 소파 위로 쓰러졌다.
신음을 흘리고 있는 여자의 나신 위로 널브러진 석훈이 흥분과 기대감이 뒤섞인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머니 안에 있던 집 키를 석훈의 배 위로 던졌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지 않은 채로 방을 나갔다. 작업실 밖의 가구들은 죽어있는 듯 고요했다. 현관문을 여는 동안에도 등 뒤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