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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다 Aug 14. 2024

재의 고통 EP. 10

상대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말은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있어달라는 유아적 투정에 불과할지 모른다. 누구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조각난 단편적인 부분만을 받아들일 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은 결핍과 두려움, 외면으로 이어진다.

드러나지 않은 마음을 보여 달라는 지독히 일방적인 요구는 그렇기에 사람을 뒤흔든다. 스스로에게조차 무지한 나를 모조리 받아줄지 모른다는 의존과 거대한 착각. 그렇기에 처절할 만치 이기적인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만다.

나 또한 그를 더 깊이 바라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기 시작했다.

사소히 던지는 단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고 나를 대할 때 어떤 얼굴로 어떤 얼굴을 하는지. 과거에 어떤 말을 했었고 나를 그릴 때는 어떤 표정을 지었었는지. 그의 행동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를 끌고 가는지.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고 퍼즐을 맞추듯 그의 모든 것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일상이 오로지 한 사람에 대해서로 가득 차 버린다면 나는 이미 그의 것이 되었던 걸까. 혼란만이 산재했고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를 알고 싶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골라주는 옷을 입고 추천해 주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었다.

희령씨, 행복한가요? 반복되는 질문에 메트로놈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감으로 차오르는 얼굴을 보며 지쳐갈 무렵 석훈이 말했다.

“희령씨에게 선물할 것이 있어요.”

“선물이요?”

“내일 세시에 집으로 와요.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석훈이 고양된 목소리를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

“대체 뭐기에 그래요? 기대해도 되나요?”

“네, 기대해도 좋아요.”

그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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