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심어도 싹이 나는 나무가 있다
자유자재로 싹을 옮기는 나무처럼
뜨거운 미열을 발로 옮기고 싶어
물구나무서서 중심을 잡는다
꽉 막힌 두개골에 창문을 여는 기분이다
정수리가 아프지만 참을만한 통증이다
기억과 냄새의 출처를 버리고 말을 버리고
연기처럼 피어나는 뜨거운 감정을 발바닥으로 올린다
하지 말라고와 해주겠다의 제동이 걸린 감정의 쓰레기들
혼자가 떼어낼 수 없는 달라붙는 감정들
저 멀리 나에게 왔던 잔자누룩한 눈빛은 희미하고
껍질만 남은 낡은 서정의 통속한 낱말들
우수수 낙엽으로 떨어지고
버드나무처럼 미루나무처럼
모래시계를 뒤집 듯
백회혈의 감정을 용천혈로 올린다
환절기는 병이 오는 계절이다
물구나무서서 머릿속 가득한 모래를 쏟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