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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연 Oct 13. 2023

추인 (追人)

- 사진출처 : 유영복,  반딧불이 (봉평)

이것은 당신의 영업비밀, 시를 영접할 때 당신은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Sergei Trofanov의 몰도바 Moldova를 듣지. 그러나 그건 울타리 같은 대외용 기표. 사실은 잊힌 가수의 오래된 트롯을 듣네. 트롯 속에 시마를 알아본 그녀는 두 달간 시마와 동거했네. 누구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백번쯤 들으니 그분이 왔다지만 또 누구는 내장을 독주에 흔들어 그분을 부른다지만 그녀의 시마는 동트는 새벽에 우주와 접속했네. 시마 詩魔! 이거 무서운 마귀지. 옛사람이 전하는 시마의 다섯 가지 죄목을 들어 볼까?


그 마귀는 사람의 본성을 잃고 화려하게 꾸미기를 좋아한다지. 그것으로 사람을 현혹하여 뼈마디를 녹이고 마음에 풍랑을 일으킨다지. 하늘과 땅의 오묘한 신비를 염탐하여 천기를 누설한다지. 칼을 차지 않고도 사람을 찌르고 조롱하고 잘난 체한다지. 그리하여 정신을 가로채고 메마르게 하여 병들게 한다지. 병들어 죽는 순간까지 못 잊게 한다지. 시는 아무리 미문을 쓰려해도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들어 올릴 때, 헤 하고 벌어지는 화장하는 여자의 입 속을 숨겼다네. 징글징글 성형한 문장은 흘러내리네. 갈 곳이 없어지네.


돌아온 탕아가 돌아간 어머니의 자궁을 그리듯이 시인은 시안에서 안락사를 꿈꾼다네. 그러면 내 안의 당신, 침묵의 돌에다 부레를 달아볼까?


세설원 방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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