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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연 Oct 13. 2023

마음가는 곳에 피가 간다

거꾸로 심어도 싹이 나는 나무가 있다

자유자재로 싹을 옮기는 나무처럼

뜨거운 미열을 발로 옮기고 싶어

물구나무서서 중심을 잡는다

꽉 막힌 두개골에 창문을 여는 기분이다

정수리가 아프지만 참을만한 통증이다

기억과 냄새의 출처를 버리고 말을 버리고

연기처럼 피어나는 뜨거운 감정을 발바닥으로 올린다

하지 말라고와 해주겠다의 제동이 걸린 감정의 쓰레기들

혼자가 떼어낼 수 없는 달라붙는 감정들

저 멀리 나에게 왔던 잔자누룩한 눈빛은 희미하고

껍질만 남은 낡은 서정의 통속한 낱말들

우수수 낙엽으로 떨어지고

버드나무처럼 미루나무처럼

모래시계를 뒤집 듯 

백회혈의 감정을 용천혈로 올린다

환절기는 병이 오는 계절이다

물구나무서서 머릿속 가득한 모래를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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