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40대 중년 남성의 생존 가능성에 부쳐

by 윤그림

[footnote]

2017. 10. 10


대략 5년 전 정도부터 불면이 꽤 심해졌다. 수면의 질이 매우 좋지 않아졌는데, 원인은 잘 모르겠다. 일을 하면서 커졌던 불안감과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고, 딸의 탄생을 맞이한 뒤 생긴 변화일 수도 있다. 불면은 여러 가지 양상으로 찾아온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의식을 오고가며 아주 낮은 깊이의 잠을 자게 되는 경우도 있고, 한두 시간 정도 뒤척이고 난 후에야 잠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자주 ‘사고 장면’ 같은 것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아니면 절박한 순간에 내가 딸의 손을 안타깝게 놓치는 일 따위. 가끔은 그 상상의 현장에서 실제로 반응하듯 몸을 부르르 떨기도 한다. 불길하여 생각을 떨치려 노력하지만 보통 그러한 것은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면 할수록 더 또렷해진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같은 문장과 유사하달까.


시인 안도현의 작품 <스며드는 것>은 ‘게장을 혼자 맛있게 먹으려고 일부러 잔인하게 썼다’는 속설이 있기는 하지만 – 시인은 2013년 한 칼럼에서 ‘시를 읽고 난 후 게장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을 향해 “미안하지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내 시에 걸려든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 입장에서 재앙에 가까운 죽음을 목전에 둔 꽃게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져 들어올 때 어떠한 생각이 들었을까. 알을 품은 어미였다면 또 얼마나 한스러웠을까.


캄캄한 새벽, 불면의 밤에 끔찍한 상상으로 머릿속이 난도질되었을 때 마다, 나는 가끔 딸을 찾아 침대에서 낮게 웅크리고 버둥거리다가 있는 힘을 다해 끌어안고 그녀의 거친 숨을 눈으로, 귀로, 피부로 확인하고는 했다. 그 이후 곧바로 편안한 잠에 빠졌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야만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리고 진정할 수 있었던 날들이 꽤 많았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스며드는 것>

이전 03화의식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