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자.

아빠이야기.까칠하게 굴지 말자!

by 중년의글쓰기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자기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해? 요즘 내가 부쩍 작은 일에 민감하다면서 말했다. ”예전에 내가 그럴 때 자기가 나에게 했던 말 기억나? 곱게 늙자고 했잖아”


얼마 전 손님께 구정 선물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평이 좋은 ‘로컬푸드’ 마켓에서 한우 선물세트를 주문했다. 손님께 한우 생고기를 직접 전달하려고 고기 받는 날짜를 맞추었다. 드디어 당일 오전, 고기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매장을 찾아갔다. 직원은 냉동실에서 선물세트를 꺼내어 주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생고기를 받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포장되어 온 고기가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직원은 “오늘 오신다고 해서 냉동실에 보관했습니다. 얼지는 않았습니다” “주문받으면 전날 미리 작업하고 포장해서 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순간 화가 났다. “저는 생고기를 원했지, 냉동고기를 원하지 않았어요” 어제 도착했으면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 제가 찾으러 왔지요!” 나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직원은 결국 “죄송합니다” 한다. 잠시 마음을 추스를 려고 했지만 자리를 뜨기 전에 한마디 더했다. “다음에는 그러지 마세요” 그 직원은 거듭 사과를 했다. 나는 매장을 빠져나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손님께 선물을 전달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오늘 일을 털어놓았다. 아내의 반응이 그랬다. “곱게 늙자!” 몇 년 전 아내가 너무 까다롭게 굴 때, 내가 해주었던 바로 그 말이었다. “상대방이 그럴 수도 있지. 너무 따지지 마” 했던 나였다. 직원은 생고기를 냉동실에 보관했던 것에 대해 분명히 사과를 했었다. 그것이 변명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진심이었다. 그런데, 나는 상대를 째려보면서 계속 압박을 하고 있었다. 직원은 거듭 사과를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 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의 나의 모습을 다시 상상해 보니, 직장에서 큰 잘못을 한 후배를 혼내려는 듯한 자세였던 거 같다. 그런 모습을 보인 나 자신에 대하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제길!



나 역시 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손님들 중에 작은 실수를 관대하게 눈감아주시는 고객분들을 만나면 고맙고 더욱 잘하게 된다. 그런 손님들은 복도 많으시고 사업도 잘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 반면에 작은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객들은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아! 관대하고 우아하게 살고 싶었는 데, 그렇지 못했던 나에게 화가 났다’


몇 년 사이에 나의 둔했던 감성은 좀 더 날카롭게 되었고, 반대로 아내의 뾰족했던 감성은 무디어졌나 보다. 그 뒤로 그 로컬푸드 매장에 갈 때마다, 정육코너 쪽으로는 왠지 발길이 가지 않는다. 내가 상대방에게 뾰족하게 굴고는 오히려 내가 뒷걸음을 치고 있다. 내가 더 불편하다. 그 직원을 마주치는 것이, 나를 알아보게 될까 봐… 내 까칠했던 얼굴이 다시 들킬까 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굴이 까칠하다”라고 말하는지 알겠다. 내 얼굴을 손바닥으로 만져본다. 얼굴 피부가 진짜 까칠해있다! ‘아~ 주름도 늘어가는 데, 그잖아도 기름기가 없어서 건조한 피부에, 까칠해지면 더 없어 보인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마음이 고와야 얼굴도 고와진다는 얘기였나 보다. 마음의 상태가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좋은 마음, 고운 마음을 가져야 나이가 들었어도 얼굴이 곱게 보인다.


“그래 오늘은 곱게 늙자! 하루하루 곱게 늙어야지!” 아내와 함께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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