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도 사람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입니다. 가끔 고객에게 부당한 일을 당하고 나면 <부동산 중개>가 ‘감정노동’ 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부동산 거래란 것이 꽤 큰 금액을 주고받는 일이라 민감합니다. 좋다가도 어느 순간 중개사에게 타박을 하거나 심지어 화풀이를 해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하고 나면 가슴이 뻐근하고 한동안 힘이 빠집니다. 이런 때에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회의감에 빠져서 이 일을 오래 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한 건 있었습니다. 뭐라 손쓸 겨를도 없이 당했습니다.
소형 아파트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기존 임차인은 2년 전 저의 손님이었고, 일이 잘 풀려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증금 반환 문제로 임대인과 서로 감정이 상해 있었습니다.
최근 전세 시세가 갑자기 많이 내려갔는 데 임대인이 받고 싶은 전세금이 높아서 몇 개월째 거래가 안되었습니다. 만기가 다되어 갈수록 전세가 나갈 기미가 없자, 임차인은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조치를 취한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타부동산과 공동중개로 계약을 만들어 냈습니다. 더군다나 기존 임차인이 나가는 날짜에 맞추어서 잔금일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 상대 부동산과 새로운 손님께 고마웠습니다. 임대인은 현재 미국으로 출국해 있는 상태로 잔금, 세대 인수인계 건을 한국에 남아있는 부모님과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계약 후 임대인 부모님이 남아서 저에게 다음과 같은 요청을 했습니다.
“중개사 대표님이 관리사무소에 얘기해서 세대 점검을 해주면 좋겠어요”
- 세대 점검은 임대인이 오셔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보통 관리사무소에는 세대 점검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저도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럼, 내가 여기 건설사 업체 사장인데, 대신 직원을 보내면 되겠어요?”
- 예. 그거는 협의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 외 여러 얘기를 나누는 데, 아버님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본인의 얘기만을 계속하십니다. 사장님이라는 데, 그 회사의 분위기가 눈에 보였습니다. 얘기가 되풀이되자 옆에서 사모님이 사장님께 눈치를 줍니다.
이어서, 어머니께서는 보증금을 돌려받았다는 영수증을 기존 임차인에게서 받아서 달랍니다. 저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잔금일에 직원과 세대 점검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다행히 임차인이 집을 잘 관리해서 문제가 없었습니다. 보증금을 입금받은 후, 보증금 반환 영수증에 임차인의 사인을 받아서 직원 편에 보냈습니다…
그날 임대인의 아버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영수증 금액이 안 맞아요.. 저번에 미리 입금해 준 것도 주셔야지요..”
- 아. 그렇네요. 영수증을 준비했는 데 임차인이 사인해 주기로 해놓고 잊어버렸네요. 다시 받아서 드리겠습니다…
“예. 부탁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기존 임차인에게 메일로 영수증을 보내서 사인을 받아서 사진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중개보수를 청구해서 입금을 받았습니다.
며칠 후, 임대인의 아버님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부가세 10%가 붙었던데, 우리는 부가세 환급이 안되잖아요”
“집사람은 부가세가 무언지 몰라요. 미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중개보수에서 세금이 붙었다고, 그거를 빼 달라고 하네요..”
-아 … 그런가요? 부가가치세 10% 6만 원은 제가 받아서 국세청에 내야 하는 금액입니다”
“부가세를 우리에게 받으면 안 되지요~”
“내가 세금을 내는 게 아닌 데. 그쪽에서 나에게 세금을 받는 거는 아니지요?”
“현금영수증 취소시키고 부가세 없는 영수증을 발행해주세요”
- 제가 어떻게 해달라는 건지요? 결국 6만 원을 깎아 달라는 거지요? 쉽게 얘기해서요…
-세금을 내지 말라는 게 아니지요? 사장님도 사업을 하시니 잘 알고 계시지요?
“그렇게 따지지 말고… 에~ 할인해 달라는 겁니다! “
-알겠습니다. 6만 원 다시 보내드리고 현금영수증 다시 발행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결국, 현금영수증을 취소하고 수정 발행했습니다. 6만 원은 계좌 이체해서 되돌려 주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려운 계약을 해주어서 고맙다’ 고 말할 거 같은 고객은 절대 아니었지만, 기분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계약과 잔금을 마쳤다는 생각에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며칠 후, 미국에 있는 사모님에게서 보이스톡이 왔습니다. 왠지 불안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중개사님.. 보증금 반환 나머지 금액 영수증 있잖아요?”
-네. 잔금일에 직원 통해서 사장님께 전달해 드렸습니다.
“사진 찍어둔 거 없어요?”
-예. 없습니다.
“법적으로 계좌 이체한 것도 있어야 하고, 영수증도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 예?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보통, 계좌이체 내역이 증빙이 됩니다.
“아니, 저번에 미리 입금한 보증금 영수증도 나중에 주셨잖아요?” 슬슬 목소리가 올라갑니다..
- 영수증 만들어 두었는데, 기존 임차인이 나와서 사인한다고 하고는 까먹어서, 늦게 사인받아서 사진 찍어 보내드렸습니다.
“까먹어요? 중개사가 그러면 돼요?”
-사모님, 늦었지만 따로 영수증을 발행해서 드렸습니다.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드렸지요.
-두 번째 영수증은 사장님께 드렸으니, 확인해 보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 아니 일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제대로 하지도 않고는 …”
“나중에 매매할 때 의뢰하려고 했는데… 다시는 그쪽이랑 거래 안 할 테야!... “ 한참을 큰소리를 지르고는 버럭 하고는 끊습니다
-뭐라고요?.... 뚜뚜….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어안이 벙벙합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남편에게 영수증을 찾았는 데, 남편이 영수증을 잃어버렸고… 그래서 저에게 사진 찍어둔 걸 찾았던 거 같습니다. 제가 없다고 하자, 꼬투리를 잡고는 소리를 지르며 엉뜽하게 저에게 화풀이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제가 고분고분하게 대응하지 않아서 일까요? 아니면 무언가 꼬여서 분풀이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제 경험상, 이런 부류들은 곱게만 대해서는 안됩니다. 나도 당당하게 하지만 침착하게 얘기하고 따져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의 반응은 주로 둘 중 하나입니다. 나중에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침착해지는 손님이 있는 반면, 전혀 본인의 모습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부류는 손님으로 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분들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저희 사무소에 오지 마세요! 그리고, 또 한 번 느낍니다. 부부는 서로 비슷합니다. 역시 끼리끼리 법칙이 딱 들어맞습니다. 부모가 마음이 넉넉하지 못하면 자녀 또한 그렇더라구요. 꼭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