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내 체면이 더 중요해!

곤란한상황에서는 핑계를 댄다.

by 중년의글쓰기

작년 여름 어느 날, 손님 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인근 oo타운하우스를 분양받고 싶다” 며 지금 상담이 가능한지 물어보셨습니다. “예. 당연합니다. 제 사무소로 방문해 주시면,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하고 사무소 주소를 문자로 보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 두 분이 오셨습니다.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보고 누군가가 소개를 해주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작성한 비교 자료를 가지고 브리핑을 했고 차를 운전해서 분양사무소로 안내해서 주택 모형도 보여 드렸습니다. 현장으로 이동하여 해당 부지와 인근 택지, 다른 타운하우스의 시세와 입지, 환경을 비교해서 설명했습니다.


꼬박 3일간 함께 하면서 두 분은 제게 중요한 손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리에 알이 배겨서 종아리가 단단해졌지만, 저를 소개해준 누군가가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더 성심껏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사장님(남편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미안합니다. 사실, 제가 소개를 받았던 중개사가 대표님이 아니었습니다.”

“거래처를 통해서 소개받은 분은 다른 분양 담당자였는데. 제가 착각해서 대표님 사무소를 찾아갔었습니다….”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다리에 힘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빨리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아…. 예… 그랬군요. 그렇다면 어쩔 도리가 없네요. 좋은 거래 하시길 바랍니다.” 하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타운하우스 부지

차라리 이대로 끝이었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종아리에 뭉친 근육이 풀리고 있을 무렵. 그 손님 뒷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분양사무소에 근무하는 아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표님! 저번에 그 부부 있잖아요! 두 분이 담당자와 함께 분양사무소에 다시 오셨던데요"

“그 사모님(아내분)이 담당자에게 <그 중개사무소에서 제대로 브리핑을 못 받았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어쩜, 3일 동안 현장 다니면서 브리핑한 거를 아는데,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내가 더 화가 나더라..”

“대표님, 그런 손님 그냥 잊어버려요…”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우리 소장님은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옆에서 고생한 걸 보았기에 그렇겠지요.


그 손님은 결국 매수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 건은 소개받은 사람을 잘못 찾아가서 벌어진 해프닝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제 잘못으로 그 거래처분께 곤란했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이 오고 갔다면…


사람은 곤란한 일에 처해지면 그 상황을 모면할 구실을 찾게 됩니다. 바로 앞의 본인 체면을 위해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깎아내리게 됩니다.


본인 체면만 차리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순간 마음속 중심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그분의 마음속에는 <체면>이 중심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더군다나 제가 그분에게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을 테지요...


‘나도 입장이 바뀌거나 다른 곳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그렇게 얘기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때는 꼭 내 마음에 “체면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겠습니다.


<슬기로운 중개사의 마음 자세>

1. 내가 성심을 다했는지 살펴봐야지, 손님의 성심을 따지지 말자.

2.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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