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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iO Jan 07. 2023

이제 슬슬 떠나보내야지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아들이 잉글랜드로 간 지 두 해 째이다.

같은 영국 땅이지집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본토에 있는 대학으로 간 탓에 너무 빨리 떠나보내기를 해야만 했다. 한국보다 고등학교 졸업도 반년이나 빠르기에 만 18세가 된 여름부터 내 품을 떠나버렸다.


내 방 침실에서 보면 아들 방이 바로 건너편에 있다. 중고등학생 때는 침대에 누워 자기 전 아들방을 바라보면 항상 방에 불이 켜져 있곤 했었다. 그럼 항상 아침마다 힘들게 일어나는 게 못마땅해서  "너무 늦게 자지 마" 라던지 "학교 가려면 좀 일찍 자라"는 잔소리를 하면서 잠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도 잔소리도 할 수가 없다. 애기었던 아이가 갑자기 크더니 순식간에 떠나버렸다. 문이 닫혀 있는 깜깜한 방을 보면 떠난 지 두 해 째인데도 마음 한 켠이 쓸쓸하고 텅 빈 것만 같다.


-공항 가는 길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이하여 3주간 집에 왔다가 방학이 끝나 공항에 바래다주고 오는 길이다.  3주 전 공항으로 마중 나가는 마음과는 정반대이다. 오늘은 왠지 바래다주고 혼자 오는 길이 너무 쓸쓸할까 봐 강아지를 데리고 갔는데 참 잘한 것 같다. 차에 내려서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강아지 릴리와 나는 끝까지 지켜보았다. 강아지 릴리와 엄마인 나를 한꺼번에 동시에 한 번 안아주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가는 오빠가 아쉬운지 릴리가 끙끙 소리까지 낸다.

"릴리야, 우리는 이제 집에 가자... "

릴리와 대화하면서 운전대를 돌렸다. 그리고 "오빠야 보고 싶지? 엄마도 보고 싶네. 우리 어떡하지..." 그나마 내 대화를 들어주며 갸우뚱도 해 주는 이 작은 생명체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이렇게나 위안이 될 줄이야.


-만남 그리고 헤어짐..

내 인생에서 나름 수없이 연애도 해 보았고 이별이란 것도 해 보았다. 지금의 남편과도 결혼 전 그러했다. 교환학생으로 1년간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만난  만난 남자친구(지금의 남편)는 유학 후 영국으로 돌아갔고 난 한국으로 돌아왔다. 각자의 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 년에 딱 한 번 만남을 가지며 4년이 넘는 연애 기간을 거쳤다. 참 힘들고 그리웠다. 남편이 한국에 오기도 했고 내가 1주일 휴가를 내서 영국으로 가서 남편을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헤어질 때마다 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영국을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편이 더 낫긴 했다. 남편이 내 생활 속에 들어왔다가 영국으로 돌아가 버릴 때면 더 맘이 텅 빈 것 같아서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데에도 며칠이 결렸지만 그래도 내가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또 내 앞에 펼쳐질 일과 일상이 있기에 한 결 맘이 나았던 것 같다.


이렇듯 만남과 헤어짐에도 남아 있는 편이 항상 더 힘들고 외로운 편이었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애착 그리고 놓아주기

그런데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자식과의 사랑과 이별은 또 다르다.

여기엔 밀땅도 필요 없고(아니, 할 수가 없다) 그냥 나의 일방적인 사랑뿐이다.

난 항상 마음 주고 기다리고 나중에는 남아서 떠나보내는 입장이다.

싸워도 내가 먼저 져야 한다.

항상 남아서 기다리는 그 아픈 이별을 항상 해야 한다.

 불공평하지만 그게 맘이 편하다.


아들을 공항에서 떠나보낼 때마다 예전에 내가 국제결혼을 하겠다고 지구 반대편까지 떠나왔을 때 몇 날 며칠 우셨다는 엄마가 생각난다.

'내리사랑...'

예로부터 어른들이 하신 말이 하나도 안 틀리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신나게 떠났을 때 엄마가 슬프시고 외로울 실 거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 그냥 알기만 했다.  

그래서 아들이 "엄마 잘 지내" 하면서 한 번 안아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공항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끝까지 지켜보고 있는, 남겨진 나와 강아지 릴리는 같은 동질감까지 느끼게 된다.  울 엄마도 딱 이런 마음이셨겠지..

자식을 보내보니 이제야 그때의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 잘 놓아주기. 잘 떠나보내기

어차피 자식과의 관계가 이렇다면 이제 놓아주자. 자식은 내 소유물이 아니라 다 자라서 독립을 할 때까지 잠시동안 신이 나에게 돌보라고 맡겨주신 존재라는 걸 이제 받아들이자.


그럼 나도 이제 좀 변해야겠다.

나름 아이들에게 난 이제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아니 되고 싶을까.

아이들 뒤에 항상 엄마와 아빠가 항상 든든하게 있다는 것만 느끼게 해 주면서 엄마를 궁금해하게 만들고 싶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리고 고민이 있으면

"우리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엄마는 이런 부분에 어떤 말씀을 해 주실까.

엄마랑 얘기를 해 봐야지."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내가 노력해야 할 것들도 있을 것이다.

-잔소리- 절대 하지 말자.

그리고

-자기 계발-  책도 많이 읽고 요즘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항상 민감하게 공부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내 인생 두 번째 챕터를 마치고 세 번의 챕터로 가는 마지막 다리를 건너오면 되는데 두렵다, 외로울 것만 같다, 어차피 난 혼자였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다가 이제는 다시 예전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리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게 되는지.

오늘도 불이 꺼진 깜깜한 아들방을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힘내자.
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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