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나라마다 산모의 몸을 회복하기 위해 산모들을 위한 특식? 보양식? 전통식? 등이 전해져 오고 있다.
한국은 아이를 출산하면 미역국을 먹는다. 미역에는 섬유질이 많으며 장을 청소하는 효과와 배를 부르게 하는 효과, 그리고 모유 수유 시 젖의 분비량을 늘려주고 칼슘과 무기질도 풍부해서 아이에게 빼앗긴 치조골의 칼슘을 보충하고 요오드와 미네랄이 풍부해서 자궁의 수축을 돕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한국에서는 최고의 산후 음식이라 여긴다.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떠할까?
중국(홍콩)
내가 경험해 본 바 중국은 몸에 찬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생강을 많이 마시고 먹게 한다. 모든 요리에 생강을 많이 넣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닭고기 표고버섯이 들어간 탕요리나 푹 삶은 족발 요리를 영국에서 사셨던 홍콩계 시어머니께서 자주 들고 오셨다. 한 달 내내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한국과는 달리 같은 동양인데도 다른 점이 많았다. 산 후 며칠이 지나면 뜨거운 목욕물을 받아 욕조에 생강을 가득 썰어 두고 몸을 담그면 산모에게 아주 좋다고 하기도 하셨다. 몸에 차운 기운이 빠져나가고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사실 3주가 채 되지 않았을 때 답답해서 못 참고 잠시 남편이랑 슈퍼를 다녀왔다고 하니 찬 기운이 몸에 들어가면 안 된다시며, 실제로 그렇게 해 주셨다. 그때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께서는 거의 생강 5킬로는 욕탕에 썰어 놓으신 거 같다. 물이 꽤나 뜨거워서 뜨거운 물과 함께 아주 잘 우러나는 생강물을 보며 여기에 꿀이나 설탕까지 타면 완전 생강차 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몸을 담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확실히 생강 목욕 후 후끈후끈 열이 나면서 몸이 아주 개운해졌고 몸에서 찬 기운들이 다 빠져나간 기분까지 들었었다.
영국
그럼 내가 아이를 출생했던 영국은 어떨까? 실제 주변 친구들한테 임신 때 특별히 먹으면 좋은 음식이 있냐고 물어보니 딱히 없고 정크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에서 좀 더 아기를 위해 건강식으로 챙겨 먹어야 한다는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또 웃으면서 기네스를 마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는 반농담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기네스의 성분이 산모의 뼈를 튼튼하게 해 준다는 속설이 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이지만 아일랜드와 가까워서 실제로 기네스를 가끔 즐기는 산모도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임신을 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다른 알코올은 안 되지만 기네스는 조금 마셔도 된다며 Iron이 풍부해서 산모에게 좋다고 말씀을 해 주신 기억이 난다.
어쨌든 내가직접 경험한 영국 병원에서의 경험담만 얘기하자면, 영국에서 임신을 하면 Midwife라는 간호사 분께서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상담과 간단한 체크 그리고 의사 옆에서 분만 과정 등등을 담당해 주신다.
한국은 모르겠지만 진통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병원을 가면 큰 병실에 주변 몇몇 산모들과 함께 각자 초음파 기계를 체크하면서 누워 있다가 진통이 심해지면 개인방으로 옮기게 된다.
거기에는 졸음을 오게 하는 가스 호흡기 통이 있었고(미리 산모가 원하는 옵션) 방 어디선가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그리고 내가 있었던 방에는 커다란 짐볼이 있었던 게 인상 깊었다. 병원이 아니라 아늑한 침실 같은 느낌까지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진통이 심해지면서 아이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온 세상이 하얘지도록 아팠던 기억뿐이다.
무엇보다 나와 우리 친정엄마를 깜짝 놀라게 했던 부분은 영국은 아이를 낳자마자 탈진한 상태에서 수고했다고 얼음을 동동 띄운 얼음물을 간호사분이 주신다. 난 한국 엄마의 신신당부와 거의 세뇌 수준으로 꼭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고 한여름에도항상 양말도 신고 그리고 절대 찬물은 마시면 안 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기에 정말 마시고 싶었지만 감사하다며 그냥 미지근한 물로 바꿔줄 수 없겠냐고 양해를 구했었다. 그리고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간호사분께서 목욕을 권했다. 엄마는 잘 안 되시는 영어로 그냥 NO,,, NO,,, 만 말씀하셨고 간호사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다 받아놓고 산모를 데리고 가려했는데 절대 안 씻는다 했으니..
사실 목욕 부분은 예전 한국의 집 구조가 지금 같은 아파트 문화나 따뜻한 집 구조가 아니라서 목욕이나 샤워를 하다가 찬 기운이 몸에 들어간다고 권유를 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목욕 부분은 조심히 따뜻한 공기를 만들어 놓고 하면 딱히 문제가 될 거 같지는 않다.
(사실 엄마 몰래 준비해 주신 뜨거운욕조에서 간단히 목욕을 한 건 비밀이다 )
그리고 병원에서 지냈던 이틀 동안 아침식사는 시리얼과 토스트, 그리고 차가운 우유였다. 그리고 점심 저녁에도 한국과 중국 같은 산모를 위한 특식? 같은 건 없었고 삼 세끼 그냥 일반 병실 음식이었다. 그래서 친정어머니께서는 병원에서 나오는 병원 밥은 당신이 드시고 나에게는 집에서 끓여 오신 미역국을 꼭 먹게 하셨다. 딸에게 미역국을 끓여 주시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이것저것 재료를 들고 오셨다. 이러한 모습들이 또 영국 현지인들에게는 또 다른 이해하기 힘든 신기한 문화의 모습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럼 서양인과 동양인은 체질적으로 다른 걸까.
분명 지혜로우신 아시아 조상님들께서 이유 없이 이러시지는 않았을 터인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얼마 후 그 해답은 깨끗이 해결되었다.
둘째 때는 출산 후 독방에서 지냈지만 첫째 때는 몇 명의 산모들이 같이 생활을 했었다. 첫 째 출산 후 나의 옆 침대에는 나보다 몇 시간 뒤 출산을 한 산모분이 오셨다. 둘 다 첫 출산이었고 몇 시간 차이로 태어난 아이들이라 신기해하면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나누었었다. 그러다가 삼일 째가 되어 둘 다 퇴원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와 같이 온몸을 꽁꽁 싸매고 곧바로 집으로 가는 자가용 안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시내를 지나는 데 바로 차 문 밖으로 익숙한 모습이 지나간다. 날씨 좋은 봄날 샌들에 짧은 치마를 입고 남편과 유모차를 밀면서 분명 어제까지 나보다 아기를 늦게 출산하고 끙끙대면서 누워있었던 그 옆자리 산모가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우리들의 너무나 비교되는 다른 그 모습과 상황에서 난 순간 느꼈다. 그리고 왠지 우성과 열성 DNA 차이에서의 회의감마저 느끼며 그냥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서양인과 동양인은 그냥 체질이 다른 거야.”
그래서 난 3주를 거의 꼬박 집 안에서 지내면서 몸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제대로 된 외출은 생각도 안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