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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Jun 21. 2024

[두 글자로 보는 삶과 앎 07 관계]

관계, 행복의 시작

   

1. 오늘도 솔숲 사이를 걸었습니다.

뜨거운 초여름이지만 나무 사이에서 바람이 불어와 시원합니다. 

드라마 <너는 나의 봄>에 “둘이 붙어 있어도 공기가 솔솔 통하는” 대사가 나옵니다.

붙어 있어도 공기가 솔솔 통하는 사이가 관계의 황금률이 아닐까요?          

봄에 태어난 생명들이 여름의 땅에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2. 삶은 관계의 연속입니다. 

가족관계, 친구관계, 스승과 제자관계, 직장동료, 동호회, 동문회 등이 있고

이해관계, 정의적 관계, 긴밀한 관계, 느슨한 관계 등 관계의 목적과 밀도도 다양합니다. 

관계가 좋고 편안해야 행복한데 

관계 속에 빠져 힘들어하는 현대인이 많습니다.      


3. 현대인은 ‘관계 중독’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이해관계를 중시하다보니 인맥을 중요하게 여기고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는  다른 사람과 서로 호감을 느끼며 

인간관계를 맺는 최대 숫자는 150 명이라고 했고

이를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 했습니다.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150명은 많다고 할 수도 있고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트위터) 등 사회관계망(SNS)이 잘 연결되어 있어 서로 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는 훨씬 많아졌습니다.      


4. SNS가 인간관계를 더 풍요롭게 할까요?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남녀가 마주 앉아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고, 

저기 멀리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셰리 터클은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스마트폰과 디지털 세상이 인간관계를 더 소원하게 하는 것을

염려하며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위한 제안을 합니다.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세 개의 의자’를 뼈대로 삼아 진정한 만남과 대화에 관하여 말합니다.

소로의 세 의자는 각각 고독, 우정, 친교를 위한 것입니다.

첫 번째 의자에서는 고독과 자아성찰, 

두 번째 의자에서는 가족, 우정, 로맨스, 

세 번째 의자에서는 교육 및 일과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격한 변화’를 소상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셰리 터클은 마지막 네 번째 의자를 강조합니다.

네 번째 의자에서는 우리에게 ‘서로’가 있다고 말하며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제시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접속을 위한 비접속’이란 말을 합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나’로 돌아가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타인과 소중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5.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거나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마음이 많거나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기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타인과 관계 맺기를 중시하거나 집착하여 관계중독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인간관계를 맺지 않으면 소외되거나 거부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공허감이 두려움을 느끼며 통제력과 의지력이 부족해진다고 합니다. 

이처럼 공허감과 두려움, 고립감과 외로움 때문에 더욱더 관계에 집착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총명한 사람은 온전히 홀로 있을 때 자신만의 생각과 상상만으로 큰 즐거움을 얻는다.”라고 했습니다. 

<중용>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에 성찰과 통찰을 하는 신독(愼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신독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채워갈 때 더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온전하게 홀로 설 때 남과 좋은 관계를 맺고 의미 있는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6. 혼자 있는 시간으로 자신을 채우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좋은 관계,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상대주의관점’, ‘적당한 거리’, 표현을 적절하게 하는 ‘말’입니다.      


상대주의관점으로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고 하여 인류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까지 존중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선입견과 편견을 갖지 말고 내가 옳으면 너도 옳을 수 있다는 장자의 관점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며 존중해 주면 됩니다. 

장자의 상대주의 관점은 나만의 잣대로 세상을 보지 말고 너와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합니다.      

수관 기피(樹冠忌避) 나무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공존합니다. 

또한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해야 공기가 솔솔 통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관심, 지나친 충고는 선을 넘는 것입니다.

취직, 연애, 결혼, 아이, 아이성적, 월급 등에 관한 질문은 상대방을 곤란하게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말하지 않아야 ‘선’을 잘 지켜주어야 좋은 관계가 오래갑니다.  

소월의 ‘저만치 혼자’의 거리와  정현종 ‘섬’에 나오는 사람들 사이는

너와 나의 거리와 사이의 황금률입니다. 

때로는 저만치 거리를 두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들 사이의 섬에서 

나무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좋은 사이로 살아가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입니다. 

좋은 관계를 이어주기도 하고 관계가 단절되게도 하는 것이 말입니다. 

편하게 말하는 것과 편안하게 말하는 것은 다릅니다.

상대방을 만만하게 보거나 무시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으로 편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은 상대방을 무시하고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편안하게 말하는 것은 서로 존중하며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터놓고 편안하게 말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을 할 때는 말하는 태도와 말투가 중요합니다.

말하는 태도에는 그 사람의 품격과 인격이 담겨있고

말투는 그 사람의 가치관과 품성이 드러납니다.      


“안녕? 잘 지내니?” 

“요즘 잘 지내는 사람이 있겠냐?”


편안하게 안부를 묻는 말에도 투덜거리거나 틱틱거리며 상대방 무안하게 쏘아붙이는 말투는

인간관계를 망치고 자신의 영혼도 갉아먹습니다.      


“요즘 하는 일마다 잘 되는 게 없네.”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단정하는 말투는 상대방에게 모멸감과 큰 상처를 줍니다. 

남에게 상처 주는 사람에게는 

지금 현재 나의 감정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면 됩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사람 때문에 상처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화를 내며 충고한다고 바뀌지 않습니다.      


7. 관계에 관한 지나친 기대나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 좋은 관계, 우호적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모든 관계를 좋고 우호적으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기운 빼앗기지 않고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인맥과 관계에 깊이 빠지지 말고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너는 나의 봄>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물에 빠졌을 때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내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 발밑이 얼마나 깊을지를 모른다는 것, 

한 번쯤 깊이 빠져 본 사람은 

그래서 두려움이 더 커진다..

그것이 강이라도 바다라도 사랑이라도          



8. 좋은 관계는 공기가 솔솔 통하는 거리를 유지하며 

봄처럼 서로를 살려주는 관계

여름처럼 서로를 자라게 하는 관계

가을처럼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하는 관계

겨울처럼 아픔을 위로해 주며 희망으로 다시 봄을 기다리게 하는 관계입니다.      


* 다음 글은 <운동>입니다. 건강한 신체를 위해 건강한 정신을 위해 꼭 필요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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