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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오 Nov 05. 2022

과거의 얼굴들

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상상 속에서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는데 


머리로 할 수 있는 일과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서 


지금은 어떤 것도 그리지 못한다


잘못 그린 그림은 찢지 말고 

조금씩 지우면서 그려보라고 말해 준 사람 


그렇게 하다 보면 

잘못된 것도 고칠 수 있다고


새로 그린 그림보다 

오래 그린 그림이 좋아졌을 때


이미 내게서 지워져 버린 사람


잘못 그린 것도 아니었을 텐데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사람들


그리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과거의 얼굴들


지우려는 마음과는 다르게


텅 빈 도화지 앞에서는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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