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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오 Nov 05. 2022

나무의 안부

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마을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는 허공에 멈춰 있어 어딘가로 가려다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그늘에 앉아 있으면 서늘함에 놀라게 되지. 멈춰 있는 것들은 말없이 사람을 견디고, 멈춰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그늘이 어떤 움직임을 감춘지도 모르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나무에 관해 물으면 나무가 마을을 지켜 주는 것 같아요, 모두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주민들이 나무를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무보다 오래 산 주민은 없었기에 나무는 누구보다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마을에서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신 나무의 안부를 물었다. 마음을 쓴 만큼 돌려주는 건 나무밖에 없다고 


다시 나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을 때는 나무보다 큰 어둠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 어둠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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