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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오 Nov 05. 2022

쥐의 죽음에 관한 고찰

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죽은 쥐를 밟았다. 소리를 지르자 뒤돌아보는 사람들. 죽은 쥐는 보지 못한다. 떨어진 게 없으면 바닥을 볼 일 없으니까. 사람들은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로 걸어간다. 납작한 몸이 유일한 흔적이 되어 버린 쥐. 작은 몸으로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넓다고 쥐는 생각했을 것이다. 바닥을 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밟고 있는 모든 게 쥐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거나 상상할 수 있다. 온몸에 돋은 소름을 옷 안에 숨긴 채로 걸었다. 이 느낌에 무뎌지기 위해. 모든 죽음을 떠올려 봐. 어릴 때 키우던 동물이 가장 먼저 잊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는 부를 수 없는 이름이 되어. 쥐는 살기 위해 움직였을 텐데. 발보다 발자국이 더 큰 것 같다고 착각하면서. 납작해진 몸 안에는 더 납작해진 마음이 있겠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마음은 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썩어 가고 있을 것이다. 계속 자라나는 쥐의 앞니처럼 이 생각은 도무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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