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누군가를 기다리는 책이 되어
책상 끝에 앉아 있는 아이
혼자라는 게 무서워서
도서관에 온다는 말은
아이보다 더 외로워 보였는데
책을 베고 자면
말랑한 머리는 딱딱해질까
그렇다면 깨워 줘야 할 텐데
다른 생각에 빠져
손을 베일 때
피는 종이 위에
서서히 번져 가고
커지는 건 언제나 슬픔뿐이다
피가 흐르는 순간에도
죽어 가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것에 가까웠지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피가
스스로 멈춰 버릴 때
몸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나는 매일 연체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