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강가에 앉아 말없이 강을 보는 사람들 금방이라도 빠질 것 같은 얼굴이 되어 간다 우리는 오리의 뱃속으로 들어간다 페달을 밟으며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 서로의 발을 보며 같은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발만 봐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이렇게라도 우리는 물 위를 걸어 볼 수 있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중심을 잘 잡아야 해
물 위에서 버티는 것처럼
사람보다 큰 오리는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사람은 그렇게 오리를 잡아먹었는데 주변에는 잡아먹힌 사람들 움직이고 벗어나고 싶은 듯이 힘찬 발길질을 한다
저기를 봐
물살에 뒤집힌 오리는 가라앉고
사람은 떠오르는 것을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이미 살아 있으면서
사람들은 자꾸만 돌아오는데
물 밖을 빠져나간 오리는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