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끝을 기다린 적은 처음이었다
끝없는 모래 언덕을 오르며 생각했다
사람은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른 장면으로 각자의 기억을 갖게 된다는데 우리는 어떤 모양으로 오늘을 기억하게 될까 언덕의 모양이 바람을 따라 바뀌는 동안 서로 같아질 수 없다면 철저히 달라지고 싶다고 너는 말해 주었지 같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자 가까워지는 발자국들, 스쳐 가는 얼굴들 모든 기대가 허무하듯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게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지
언덕 위에 가만히 누워 어떤 사람은 내려가고, 어떤 사람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저렇게나 비슷해 보여서
올라가고 싶은 마음과 달리 언덕은 언제나 내려가기 좋은 모양이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싫어하는 것들도 이상하게 아름다워 보였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언덕을 만들어 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