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삶원색 14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단야 Aug 08. 2022

소심한 엄지공주

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내가 미안해


뭐가 미안하다는 건데?


그냥 내가 다 미안해.


괜찮아 나 화 안 났어.




화가 나지 않았다는 엄지 공주의 프로필 사진은 없어진 지 오래다.


무언가 잘못됨을 느낀 상대는 사과부터 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충분히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우선 엄지 공주의 기분을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결국 엄지 공주는 쉽게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섰다.

무수히 많이도 스쳐 지나갔다.

두꺼비, 풍뎅이, 제비, 두더지 등등 말이다.

저마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만족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아쉽지 않았다.


두더지와 결혼을 피하고 싶었던 엄지공주에게 자신을 구해 줬던 제비가 나타났다.


그녀를 등에 태우고는 꽃의 나라로 데리고 갔다.

결국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은 키의 왕자를 만나 날개와 "마이아"라는 이름도 함께 부여받았다.


새로웠을 것이다.

과연 같은 모습이라도 지난 시간 만났던

두꺼비, 풍뎅이, 제비, 두더지와 많이 다를까


기대감이 컸을 수도 있다.

만족점에 도달했다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다른 우리에겐 대화는 너무 중요했다.


엄지손톱만한 자존심


서로가 느낀 감정은 중요했지만

감정이 우선시 되어서는 안됐다.


너무 너에게 맞출 필요는 없었지만,

상대 또한 나에게 너무 맞출 필요가 없었다.


엄지 공주는 수동적 공격성을 가졌을 수도 있다.


자신의 분노나 불만을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직접 공격 행위를 하는 것이 두려워서 고집부리거나

무조건 거부하고 반대했다.

상대를 무시하는 등의 간접적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혹은 아무런 대화와 갈등 없이 정리된 관계가 잦을 수도 있었다.


자신의 대인관계에 해를 입힌 자기회피적인 무책임이었다.


감정 표현에 공격성이 들어가는 것은 조심스러워 해야하는 부분이었다.

간접적인 분노 표현 방식은 비겁했다.

어쩌면 감정을 드러  또한 겁이 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 위주의 언어를 많이 사용했다.

얼마나  서있을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결국 자존심이었다.


진다고 생각했다.

지는 것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기준이었을까

공주를 갉아먹는 엄지손톱만 한 자존심이었나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