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옛날 어느 마을에
고슴도치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고슴도치는 늘 날 서있었다.
가시도 기분도 말이다.
갑자기 몰아친 눈바람은 고슴도치 마을을 덮쳤고
그들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하나둘씩 모여 옹기종기 꼭 붙어있기로 했으나
결국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에 의해서 아프고 상처만 남을 뿐이었다.
떨어져 있기엔 외로운 추위가 매섭게 몰아쳤다.
그러던 중 서로의 온기를 유지하면서 아프지 않게 하는 거리를 찾았다.
이를 고슴도치 효과라고 하는 명칭도 있었다.
모든 대인관계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마냥 붙어있지 않아도 서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고슴도치처럼 적절한 거리도 필요했다.
가까울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나 보다.
그만큼 내게 다가오는 부담감도 컸다.
물론 어느 정도의 마음의 거리를 두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이런 개별적인 선택지에서 난 참 어려움을 느낀다.
사람을 좋아했고 그만큼 무의식적 행동에도 솔직하게 나타났다.
관계에 대한 작업을 한참 진행하던 중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기를 방어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를
동물을 활용한 점이 흥미로웠다.
이외에도 다양했고 많이 작업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막상 들어도 아직 어려운 것 같았다.
심리적으로 너무 가까이하기도,
그렇다고 내겐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도 어려운 인간관계였다.
내 상태를 궁금해주길 바라고 나 또한 상대가 궁금했다. 지나치게 가까우면 감정적으로 언행이 나갈 수도 있는 경험이 있었기에 나를 대입할 수 있었다.
나는 차라리 갈등을 마주하고 싶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모르는 부분도 알게 되었고
내 감정과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를 지치게 할 수도 있었고
당장의 해결은 결국 나를 위한 요구와 욕심이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되면 마음 공간에 여유가 생길 때가 있다.
공간 안에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채워지고 애초에 갈등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상대와 멀어지는 감정을 느꼈다. 점점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터놓고 가깝게 있으며 생기는 상처보다, 가깝고도 먼 사이를 유지하면서
얻는 그 안정된 즐거움을 택하고 싶어졌다.
이젠 도망가고 싶어도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였고 일상의 반복이었다.
나를 숨기려고 해도 결국엔 드러나더라
고슴도치는 오늘 하루도 많이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