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삶원색 1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단야 Aug 10. 2022

현명한 고슴도치

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옛날 어느 마을에

고슴도치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고슴도치는 늘 날 서있었다.

가시도 기분도 말이다.

숨은 고슴도치 찾기



갑자기 몰아친 눈바람은 고슴도치 마을을 덮쳤고

그들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하나둘씩 모여 옹기종기 꼭 붙어있기로 했으나

결국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에 의해서 아프고 상처만 남을 뿐이었다.


떨어져 있기엔 외로운 추위가 매섭게 몰아쳤다.

그러던 중 서로의 온기를 유지하면서 아프지 않게 하는 거리를 찾았다.


이를 고슴도치 효과라고 하는 명칭도 있었다.

모든 대인관계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마냥 붙어있지 않아도 서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고슴도치처럼 적절한 거리도 필요했다.


가까울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나 보다.

그만큼 내게 다가오는 부담감도 컸다.

물론 어느 정도의 마음의 거리를 두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이런 개별적인 선택지에서 난 참 어려움을 느낀다.

사람을 좋아했고 그만큼 무의식적 행동에도 솔직하게 나타났다.


관계에 대한 작업을 한참 진행하던 중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기를 방어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를

동물을 활용한 점이 흥미로웠다.


이외에도 다양했고 많이 작업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막상 들어도 아직 어려운 것 같았다.

심리적으로 너무 가까이하기도,

그렇다고 내겐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도 어려운 인간관계였다.


내 상태를 궁금해주길 바라고 나 또한 상대가 궁금했다. 지나치게 가까우면 감정적으로 언행이 나갈 수도 있는 경험이 있었기에 나를 대입할 수 있었다.


나는 차라리 갈등을 마주하고 싶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모르는 부분도 알게 되었고

내 감정과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를 지치게 할 수도 있었고

당장의 해결은 결국 나를 위한 요구와 욕심이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되면 마음 공간에 여유가 생길 때가 있다.


공간 안에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채워지고 애초에 갈등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상대와 멀어지는 감정을 느꼈다. 점점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터놓고 가깝게 있으며 생기는 상처보다, 가깝고도 먼 사이를 유지하면서

얻는 그 안정된 즐거움을 택하고 싶어졌다.


이젠 도망가고 싶어도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였고 일상의 반복이었다.



나를 숨기려고 해도 결국엔 드러나더라

고슴도치는 오늘 하루도 많이 어려웠다.


이전 14화 소심한 엄지공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