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삶원색 2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단야 Aug 08. 2022

흥부와 놀부의 장례식

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작년 이맘때쯤

무더운 8월이었다.

바깥공기가 내 목을 조일만큼 숨 막히는 더위였다.



명예



그런 날,

나는 누군가의 마지막을 위해 파주로 도착했다.


나의 A 씨,

그는 놀부였을지 모른다.

충분한 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많은 제자들과 존경이 따라다녔다.

그만큼 크고 화려한 부고 화환이 많았다

내 또래 자식도 한 두 명, 그리고 누구보다 좋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그는 내게 입시로부터 벗어나 그림을 더 자유롭게

그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

짧지만 난 그를 많이 원망하기도 했다.



만족스러울 때까지, 괜찮을 때까지

다시를 반복했고 늘 돌려보냈다.

모진 말로 혼날 때도 많았지만

그만큼 정말 많이 배웠고 여전히 그를 존경한다.




A 씨의 마지막을 전시로 뵀다.

조금은 이색적이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그림으로 배웅 한다는 건

더욱 더 슬프게 다가왔던 일이었다


대학 와서 처음 찍은 수업 사진에 그가 담겨있었다.

과제로 내주신 엉망진창 사진들을

하나씩 보고 환하게 웃고 계셨다.

놀부는 따뜻했다.




같은 날 저녁,

B 씨의 부고가 들렸다.

A 씨와 엇비슷한 때의 마지막 소식은

너무 유감스러웠고 초라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전시회로 봤던 그날,

몇십 평 남짓 안 되는 지하의 작은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부고 화환 하나도 없었다.

조문객의 발걸음도 적었고 그만큼 공허했다.

그의 자식들은 그를 원망할 법도 한데,

오히려 이해하고 슬퍼했다.

자식들에게, 아내에게 모진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가 흥부였을까

가난을 물려줄 수 도 있었던 그는 어쩌면

좋은 아버지도, 좋은 남편도 아니었다.

고독한 그의 죽음은 그의 사회적 지위를 알 수 있었고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초기 명예 드로잉


불쾌한 공포였다.

죽음에도 명예가 있는 것 같았다.

내 눈에 A 씨와 B 씨는 엇비슷한 연령대와 외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나도 다른 결말에 느껴진 감정을 빠르게 드로잉에 담았다.


명예로운 죽음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의 장례식을 상상했다.

가는데 순서 없더라도 가는 사람의 계급은 있는 것 같았다.




스스로 처음 고민을 하게 된 주제였다.

이마저도 두려웠다.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희미한 경계선은 기억으로부터 희미해져 가는 모습을 담았다.


나의 죽음에게,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됐음 했겠지만

그 정도라면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을 것이다.


따라서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됐었다.

한 줌의 재가 될 인생이 허탈하면서도

무탈하길 바랬다.





내게 작은 편지를 건넸다. 유서를 써본 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다지 우울하지도 않았다.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며

현재의 나 그리고 과거의 나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전 19화 바오밥 나무 행성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