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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삶원색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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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야 Jul 26. 2022

후회 영결식

나의 가장 원색적인 순간을 담다






후회_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




우리는 정신없는 일과를 마치고,

저마다 다시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와 개인의 마무리를 짓는다. 이 또한 모두 각양각색이다.


누군가는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취미를 보낼 수도 있다.



이러한 마무리 속에서 우리는 어떤  하루를 보냈는가 되돌아본다.


오늘도 집에 돌아온 나는 누워있다가 작은 일기를 남겨 놓곤 한다. 딱히 길지 않아도 됐다.


오늘 느낀 점이나 반복된 생각을 남기는 한 두 줄 정도 하루를 기억하기엔 충분히 가치 있었다.


작은 생각 속에서 등장하는 공통된 회상이 나를 붙잡았다.


​"그때 그러지 말걸"이라는 그 여린 후회였다.





나는 문득 내가 적어놓은 글들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겼고 나의 퍼포먼스적 행위를 떠올렸다.


이를 모두 앞에서 시행했다.


스스로 적어놓음으로써의 의미가 아닌 완전히 떠나보냄으로써의 의의는 다르지 않을까 고민했었다.


무언가는 떠나보낸다는 것은 완전한 이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애초에 우린 그 어떤 이별도 익숙한 사람은 없다.  


가장 이별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행위 중 "장례식"을 떠올렸다.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이별에서 준비된 행위를 함으로써 완전한 이별을 선사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사후 영혼을 신앙하는 경우 조령에 대한 경외심과 숭배 사상이 합쳐 추모하는 제사 형태와 유사할 수 있다.


자손의 번영과 화목을 도모하고자 하는 염원이 연결된다.  "후회"를 떠올릴 수 있는 물건을 오브제로

조촐하게나마 제사상을 준비했다.


후회냄새

준비된 제사상에 향을 피움으로써 시작을 알렸다.

향은 참 매력적인 소재인 것 같다.

한 공간 안에 보이지 않은 무언가가 채워지는 듯한 느낌과 연출이 내겐 이색적이었다.


향이 은은하게 퍼짐은 관찰자들의 동화를 상징할 수 있다. 이들에게 나의 후회를 공개하고 함께 행위를 참석함으로써 ​개인의 의의뿐만 아니라 자신의 후회를 회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등의 성찰까지 이어졌을 때 의미가 확장된다.


실제 영결식에서 진행하는 식순맞춰 등장했고 동시에 몰입을 더하고자 대본을 준비했다. 영정 사진 대신 후회를 담은 나의 다이어리를 직접 들고


적어 놓은 키워드를 정해진 시간 동안 청자에게 들려준다.


그 속에서 참 많은 순간과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라는 주제의 연결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영향을 받은 대상과 행동을 소재로 삼게 되어 그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타인에게 나의 후회를 스스로 드러낸다는 것은


어쩌면 도전이자 용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용기를 통해 지나간 인연과 일상을 다잡고 또다시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치가


나를 위한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될 경우  이상 실수가 아닌 "" 된다.  행위를 통해 앞으로 남겨진 무수히 많은 에게 다짐했다.


​스스로 떨쳐낸다는 것은 남겨진 나를 위한 삶이다.


죽음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가깝게 있었다.

알 수 없는 허무함과 무기력감이 지속되고 있었고 나는 이러한 나를 극복하고 싶었다.



정리할 줄도 알아야 했다.

따라서 뒤돌아보지도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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