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너울이었어
하늘이 아려 눈을 감고 서 있었어
그 빛은,
흰 셔츠 입은 젊은 날의 모습 같기도 하고
물보라 일렁거리던 웃음 같기도 하고
스치던 머리칼 향기 같기도 하고
투명한 눈물방울 같기도 하였다네
햇살은 얇아져 막다른 모퉁이를 도는데
왜 흐린 기억조차 별이 되는 걸까
꽃은 지기 전에 절정에 이르고
석양이 제 흔적으로 순간의 불씨를 보듬듯
하늘의 배려에 겹겹이 물드는 잎새
덧문 틈새로도 환한 살결을 드러내는 빛
생의 가장자리를 바라보다
문득 가시 돋친 바람에 휘청일 때
사라진 계절이 별보다 많은 빈 등걸에 앉아
별 헤는 들녘을 헤매고 있을 때
지금의 햇살을 떠올리겠네
흐르지 못한 눈물은 눈물이 아니었어
슬픔은 눈물을 다 쏟은 뒤에야 그림자를 접었어
구멍 난 가랑잎 하나
너를 위해 걸음 멈추고, 너를 안고 나 울음 울었네
나 햇빛 속을 걸어가네
나를 위해 눈물을 조금씩 걷어 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