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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명 Nov 25. 2024

서랍


온갖 서류 더미에 눌려 

삐걱대는 서랍을 힘들게 열었다     


박힌 활자를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강물

거센 바람이 불더니 눈이 오고 

빗물에 젖어 찢겨 나간다     


쌓이는 것들은 다 풍경을 만든다     


수첩 속에 갇혀 있던 흔적은

차가운 물살이 되어 밀려오고

시공을 오르내리며 걷는 길마다

발자국이 보인다     


선명할수록 버리기 힘든 기억     


다 들여다볼 수조차 없는 

먼지 같은 일상이 빼곡하게 맺혀 있다     


단추를 채우면 풀어야 하듯이

잃은 것과 정비례 하는 앞날이었다

어차피 다 싣고 갈 수는 없는 배     


무엇을 위해, 어떻게 남겨 둘 것인가

포기하기 위한 선택이 

허공을 유영하다 내려앉는다     


한참을 서성이며

고여 있는 미련을 다 쏟아 내자


먹이를 기다리던 서랍이

손을 길게 뻗어 햇살을 다시 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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