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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명 4시간전

아바타 사랑법


산 위에서 불던 바람은 산 밑에서 소멸 심장에서 불던 바람은 머리에서 소멸 계단 올라가던 약속은 계단 내려오며 소멸 소리 없이 투쟁하던 환절은 소리 없이 소멸 내가 그대보다 더 많이 산 시간은 눈썹에서 멀어져 땅끝으로 소멸


악수 나누던 마지막 인사는 거리에서 죽고 그림자 지워진 빈 의자는 해체되어 죽고 병든 노래는 불 꺼진 찻집에서 춤추다 죽고 세월 파먹은 뒷골목은 낡은 지도에서 죽고 가면 쓴 장미로 유혹하던 내 절망은 사진 속 하얀 셔츠 위에 죽어 있다


접속을 시도하던 길은 물에 잠기고 새들은 비애를 물고 날아갔다 밤은 다시 보폭을 줄이고 행성은 예정대로 비껴갔으며 당분간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겠지만 태풍은 항로를 북쪽으로 옮겼다 


습기 걷힌 다락방에 가장 먼 은하계에서 날아온 별자리가 떴다 별빛 고인 천창은 파릇하게 돋은 문장이 빼곡했다 나는 먼지 앉은 시집에서 나온 양의 털을 마저 깎았다      


해마로 입력된 감정 수치가 가슴에서 정점을 찍었다     


완전체가 된 나는 그대의 양털을 두르고 겨울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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