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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끌림 03화

지한의 이야기-1

아버지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by 겨리

갓 군을 제대하고 인천에 있는

아버지 친구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작한 지한.

간호학과를 졸업 후 취업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몇 군데 내고 기다리 중이다.

아버지 친구의 물류회사는 늘 일이 바쁘고 많

지한이 필요할 땐 언제든 가서 일을 도와주고

급한 용돈을 충당곤 한다.


지한의 아버지는 대기업 건설회사 현장감독으로 랫동안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함과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친 입담을 가진 상남자였다.

현장일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아버지는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그런 날이면 지한에게 어김없이 쏟아던 아버지의 레퍼토리.


지한아, 잘 봐라.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까지도 이 회사에서 안 잘리고 버티는지를.

요즘 것 들은 정신머리가 글러 먹었어. 땀 흘리는 일은 기를 쓰고 안 하려 하고 돈은 많이 벌고 싶고. 니도 그러면 안 된다. 그건 요행을 바라는 거와 똑같다. 사람이 땀 흘려 일해야 그게 진정한 돈인기라. 남자는 언제든 집 밖에서 일을 해야 집에서도 큰소리쳐가매 살 수 있는 거를 명심해라.

네 엄마도 지금껏 내가 돈을 벌어다주니까 아무 말 못 하고 사는 거라. 내가 누꼬? 여자가 어델! 절대 못 기어오르지.


술을 마시면 더 보란 듯이 거칠어지는 아버지의 말과 행동. 지한을 향한 못마땅함을 드러내는 건 매번 강도가 더해져도 상관없었다.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던 건, 평생 곁에서 아버지 비위를 맞추느라 당신이라는 존재는 없는 듯 살아온 그의 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강압적인 비난하 말투와 그녀의 감정을 짓누르는 무시하 태도에 그가 첫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고등학교 3학년.


아버지, 엄마한테 그만 좀 세요!

엄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윽박지르고 더 크게 소리치고 거칠게 밀치지 마시라고요!

아버지 당신 말만 맞다고 하면서 엄마 얘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안잖아요. 말끝마다 여자가 여자가 왜, 여자는 말하면 안 돼요? 여자는 남자한테 무조건 복종하고 네네거리고 살아요? 요즘 그런 여자 없어요. 아버지는 다 받아주는 어머니를 만나서 여자는 다 그런 줄 알고 사시죠? 엄마가 얘기를 할 몰라서가 아니라 집이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서 참으시는 거라고요! 그리고 아까도 버지를 무시하면서 말다고 그걸로 엄마한테 계속 트집 잡고 화풀이하시는데 기분이 안 좋으면 다른 걸로 푸세요. 나가서 술을 더 드시던지요!


야! 인마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노!

네 엄마가 며칠 전부터 를 말로 살살 긁어 대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보고만 있을 수 있나.

세게 얘기해야 네 엄마가 듣는다. 남자가 그렇다 하면 그런 줄 알아야지 어디서 이래저래 토를 다노. 네 엄마가 갈수록 말이 길어진다. 그기 나를 열받게 한다 말이다.


아버지, 엄마도 많이 참고 살았어요.

더 이상 아버지말에만 예예하고 살기에는 엄마도 나이가 들어가신다고요. 아버지도 이제는 엄마를 그만 다그치세요. 잡들이 그만하라고요!


그 순간, 지한의 뺨을 세게 내치는 아버지.


이 자식이 돈 벌어서 다 키워놨더니 고작 하는 말이

엄마 잡들이를 그만해? 내가 그렇게 한 증거 있나

있나! 네 엄마가 그렇게 일러바치더나!

(지한의 엄마를 향해) 네가 말해봐라. 내가 그랬나!


아버지에게 맞은 지한의 붉어진 두 뺨을 어머니의 작은 두 손으로 감싸며 르는 눈물을 삼킨다.

순간 아들의 팔을 잡아끌며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나는 어머니.


지한아, 네 아버지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나는 지금까지 맞춰가며 왔으니까 앞으로도 버티면서 살 수 있다.

대신 네가 아버지한테 등을 돌리거나 아버지가 너를 내놓은 자식 하듯이 하는 거를 나는 못 본다.

아버지가 영 싫으면 집에서 부딪치고 싸우지 말고 안 보는 데로 나가라. 대학교를 가게 되면 여기서 멀리 떨어진 데로 알아봐라. 취업도 거 가서 하고. 네가 여기 있으면 매일 폭풍 치듯 내가 마음 졸이면서 살아야 안 되겠나. 부탁한다, 지한아.


고3 때 진학상담선생님은 지한에게 간호학과를 추천해 주신다. 면허를 따면 취업하기도 좋고 남자간호사도 선호하는 병원들이 많고 말없이 조용한 내성적인 그의 성격 또한 오히려 튀지 않아 남자간호사로 적응하기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고민 없이 간호학과로 진로를 정하고 엄마가 당부한 고향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교가 있는 지역으로의 진학을 결심했다. 그곳 인천으로 정 되었고 드디어 아버지로 부터의 합법적인 독립을 하게 되었다.


사진출처 kor.pngtree.com/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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