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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끌림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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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Sep 08. 2024

유정의 이야기-1

첫 인연의 시작

엄마 유정.

큰딸 유정.

큰 언니 유정.

팀장 유정.

책임과 의무를 감당해야 하는 유정의 자리.

모든 인간관계에서 그녀의 단단함은 그렇게 만들어진 걸까?


대학교를 졸업 유정.

직장 생활하면서 업무 익히고 교대근무하느라 몇 달 만에 받은 금토일 휴가다.


가족들 얼굴 본 지도 너무 오래됐네. 이번엔 꼭  다녀와.


목요일 야간근무를 끝내고 아침에 퇴근한 유정.

 근무하고 피곤하지만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러  내려간다는 설렘에 피곤함은 사라진다.


동서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고향 가는 버스에 기분 좋게 오른다. 밤샘 근무 탓 인지, 4월이라는 계절 탓인지 자리에 앉자마자 졸린 눈을 감는다.

창문 커튼 틈 사이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빛줄기에 눈이 부셨는지 한쪽 눈을 살며시 떠 본다.

디쯤 왔을까? 기지개를 켜고 커튼을 걷는다. 보인다.

그녀가 고향을 떠나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던 길 위의 주위 풍경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모든 것 들은 제자리, 오직 그녀만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변한 듯하다.

버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정차한다.

15분 정도의 짧은 휴식 시간 주어진다.


어릴 때 유정에겐 그 시간이 멀미로부터 그녀를 잠시나마 자유롭게 해 준 마법의 순간이었다.

국민학교 2학년 유정.

아빠의 향 대구를 가기 위해 처음 타본 시외버스. 낯설 좋지 않았던 멀미에 대한 기억. 스 안에서 뒤섞여 나던 역한 냄새, 스의 알록달록 어지러운 바닥무늬, 그로 인한 어지러움. 침을 삼킬 수 없다.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올라오는 멀미에 숨쉬기가 힘들어 입으로만 숨을 쉰다. 계속 침을 뱉어낸다. 입이 바짝 말라있다.

그 순간, 휴게소에 버스가 정차한다.

아빠는 유정의 손을 잡고 휴게소 화장실로 향한다.

유정의 입을 수돗물로 닦아주고 손수건으로 물기를 말려준다. 설명절이라고 입은 고운 한복도 멀미로 인해 괴로웠을 자국들로 다 젖어있다.

아빠 한복치마만 로 씻어내고 입을 닦아주던  손수건으로 물기를 또 닦아낸다.

유정은 멀미보다 차라리 추위를 견디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빠, 우리 대구까지 걸어가면 안 돼요?

버스 못 타겠어요. 나 추워도 걸어갈래요.

아빠, 나 버스 타는 거 너무 무서워요.

버스를 안 타겠다고 차디찬 바닥에 주저앉아 끝내 눈물을 쏟아낸다.


유정아, 멀미약 먹자. 이거 마시면 멀미 안 할 거야.

멀미약병을 따서 아빠가 유정에게 먹인다.

멀미약을 먹으면서 유정은 또 토해낸다. 멀미약의 역한 맛이 정을 더 괴롭힌다.


15분의 정차시간이 지나고 버스에 다시 오른 아빠와 유정. 추위에 떨어서였을까, 멀미로 지쳐서였을까, 멀미약을 먹어서 진정이 되어서였을까 어느새 잠이 든 유정.


유정이 아빠와의 예전일을 추억하는 동안 버스는  고향 마을버스터미널 들어가고 있다.

집이 있는 마을까지 30분을 걸어서 들어야 한다.시내버스를 탈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내려온 시골길을 걷고 싶었던 유정은 큰배낭가방을 등뒤로 맨채 4월 농사일로 분주한 시골길을 지나며 천천히 마을로 들어선다.

대문 앞에 서있는 유정을 발견하고 엄마가 반겨준다. 엄마, 아빠, 오빠, 여동생 두 명. 유정의 가족이다. 주말 내내 그동안 밀렸던 얘기를 하며

선물꾸러미도 풀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유정.

토요일. 오빠가 물어온다.

유정아 낚시 갈래? 서울 사는 오빠친구 재훈이가 어제 낚시하러 내려왔는데 너 심심하면 같이 가자고.


아니. 난 낚시 재미없어. 그냥쉴래.많이 잡아와.

엄마가 끓여주는  매운탕은 먹고 싶다.

기대해도되지~설마 한마리도 못잡는거아냐?


그날저녁 유정의 오빠와 친구재한이 유정의 집으로 들어온다.

둘이서 잡았다며 반쯤 채운 그물망을 들이민다.

은 물고기를 손질해서 엄마에게 매운탕을 주문한다. 맛있게 끓여낸 엄마의 매운탕.

휴가의 마지막날 저녁밥상이 푸짐하다.


유정아, 내일 재훈이도 서울 올라가니까 이 친구

차 타고 편하게 서울 가라.


아니야, 버스 타고 가는 게 편해.

이 오빠 잘 알지도 못하는데 동네가 어디인 줄도 모르고 서울이 뭐 우리 동네처럼 좁은 곳도 아닌데.


난 괜찮아. 유정이 너 다니는 직장 근처도 잘 아니까 내려주고 가면 되거든. 나 사는 동네도 거기서 멀지 않니까 오빠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유정이 편하게 려다주면 내가영광이지.


에이, 무슨 영광까지. 전 오히려 부담인걸요.

오빠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그럼 감사하게 이번만 신세 좀 지겠습니다~!


다음 날,

유정은 오빠친구 재훈의 차를 함께 타고 서울로 향한다.

서로에 대한 가벼운 질문과 얘기들로 함께 있는 공간의 시간이 채워진다.


지금 에버랜드 5월 장미꽃 축제 하나 봐. 금방 광고판에 축제 홍보 하던데. 장미꽃 좋아해?


그럼요~꽃 안 좋아하는 여자도 있어요?

장미꽃은 향이 너무 좋아요, 진하기도 하고, 다양한 색깔만큼 각각 매력도, 꽃말도 다르아요.


우리 저기 축제 들렀다 갈까?

유정이 시간 괜찮아~?


괜찮은데 오빠가 너무 늦는 거 아녜요?


아니, 나야 너무 좋지. 예쁜 아가씨랑 데이트도 하고.


 축제 같이 가면 다 데이트예요? 여자 친구 애인이랑 하는 게 데이트지. 그럼 전 안 갈래요.


뭐야~농담 못하겠다.

재훈의 웃고있는 눈이 장난스럽다.

꽃도 보고 바람도 쐬고 사진도 찍고 천천히 서울 올라가자. 지금 가면 차도 막히니까.


알겠어요~들러서 꽃도 보고 좋아요.

에버랜드는 처음 가봐요. 시골에 살아서 놀이동산 다녀본 적이 없어요. 서울살이 1년 했지만 일하느라 메어있어서 가까운 롯데월드도 못 가본 거 있죠. 대학교 때 친구들이랑 서울랜드는 한번 다녀왔는데 놀이기구는 저랑 안 친한 것 같아요. 바이킹 타다가 어릴 때 멀미에 대한 안 좋았던 기억이 올라와서 그다음부턴 못 타겠더라고요.

(유정은 즐거운 듯 과거의 기억을 끌어내며 재훈과 얘기를 이어간다.)


그랬구나~일하다 보면 바쁘니까 그럴 수 있겠다. 그래도 너무 일만 하면 재미없잖아. 힘들 때 가끔 바람 쐬거나 놀러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오빠한테 얘기해. 기사 해줄게.

그리고 네 오빠 친구니까 말 편하게 해도 돼.

나도 그게 더 편할 거 같은데.

어때?


저만 존댓말 쓰는 것보단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오빠가 같이 존댓말 쓰지 않을 거 같으니까.

그러자~재훈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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