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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끌림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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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Sep 19. 2024

유정과 지한의 이야기-2

첫 면담

종일 수술실 업무로 정신없던 유정 향한

간호부장 콜.

부장방으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숨이 가빠지는 만큼 가슴의 답답함도 더해진다.


잔소리 거리가 생겼구나,라는 것을 유정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진팀장~대체 팀원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병동에서 환자들 컴플레인 안 나오게 달래가면서 처치해 줘라 그렇게 당부하는데도 안되나?

이번에 입사한 경력직 지한 선생님 말이야~

불친절하다고 그렇게 말이 많던데. 인계는 잘 준거야?


네, 부장님. 병동이나 외래 처치할 때 친절이 일 번이라고 잘 전달했고 타 부서에서 특별한 인계가 없으니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다시

전달하겠습니다.


처치할 때 아프다고 하면 

아픈 게 당연하다, 좀 참아라 하질 않나

살살해달라 하면 

소독의 의미가 없다, 그러니 또 참아라 

상처가 왜 이런 거냐 물어보면

원장님한테 직접 말해라,

아니 초등학생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응대하는 걸 다 알려줘야 해? 사회생활 안 해봤어? 어디서 물경력을 쌓았나

참나, 신규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 안 그래 진팀장?


죄송해요, 부장님.

환자들에게서 그런 말 자꾸 나오면 병원 이미지 안 좋아지고 바쁜 간호사들한테까지 불평불만 하소연 할 텐데 업무적으로 다들 부담이 크겠어요. 제가 전달받았으니 왜 그런 응대를 했는지 면담 좀 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아주 경우 없는 친구는 아닌 것 았는데 그랬을까요.


앞으로 같은 문제 안 생기도록 계속해서 말해주고

체크해 보도록 해.

병동에도 전화해서 환자들이 더 불편해하는 점은  없는지, 컴플레인 나온 부분들을 고쳐 나가고 있는지, 간호사들한테 물어보고 피드백을 주라고해.


알겠습니다~그럼 그만 내려가볼게요 부장님.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던 유정은 잠시 밖을 멍하게 바라보다 열려있는 창문 틈으로 깊은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더 깊은숨으로 공기를 한껏 내뱉는다. 

잔소리 듣고 쪼그라져 답답했던 심장에 산소가 차올라 혈관에 생기가 도는 게 느껴진다. 한결 숨기가 편해진다.


좋아, 팀장자리 뭐 별거 있어?

부서에 문제 있을 때는 대표로 욕먹으라 있는 거고 업무적으로는 팀이 문제없도록 팀원들 관리하라고 있는 거지. 나에게 주어진 내 직무를 다하면 되는 거야. 내용을 전달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면 해결방법은 그때 보일 테니까.

긍정 진유정! 늘 하듯이 해보자. 나, 알지?


수술실로 돌아온 그녀의 눈에

방금 수술이 끝난 방을 정리하는 지한이 보인다.


지한 선생님~시간 되면 면담 좀 할까?

정리 마무리 되면 휴게실로 와요.


팀장님, 들어가도 될까요?


응 ~들어와요. 오늘 금요일이라 수술도 많고 힘들었지?


아닙니다~빨리 익혀야 다른 멤버들 따라가죠.

수술이 많아서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힘들다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을 이렇게 좋은 쪽으로 는 지한 선생님인데  나는 의문이야. 왜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 하고.

면담을 하자고 했던 이유는 병동에 환자들이 지한이 불친절하다고 컴플레인이 많다는 건데.

라며 전달받았던 내용을 지한에게 전했다.


들어보니 어떤 일로 그런 말들이 나왔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마 여러 환자들이 아니라 목소리 큰 남자환자 몇 분이 하는 말일 거예요.

내용이 틀리진 않았는데 맞지도 않습니다.

처치 전에 설명을 당연히 하면서 최대한 아프지 않게 해 드리겠다고 했고 그럼에도 상처를 보려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소리부터 질러요. 상처 안 좋아지면 책임질 거냐며 인상 쓰고 아씨 욕하면서 이름이 뭐냐 내가 원장한테 다 말할 거다 협박하고. 제 아버지가 늘 하던 방식이었어요. 윽박지르고 목소리크면 다 이긴다는 생각을 가진 옛날사람. 저희 가족들에게 아버지가 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 순간, 못 참겠더라고요.

난 상처 소독해 주는 간호사니까 처치하겠다고.

계속 이렇게 소리 지르고 욕하고 비협조적이면 나도 처치 못해준다, 그리고 제 이름은 한지한입니다. 원장님께 그대로 말씀드리라고...

했습니다.


아~그렇게 되었던 거구나.


죄송합니다, 팀장님.

그렇게 하고 입원실을 나오면서 시끄러워지겠구나 했는데 역시 그랬습니다.

그날 팀장님께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많이 바쁘신 것 같아서 미루다가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지한의 모습에

유정은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 주었고

지한은 고개를 들어 그런 유정을 바라다.

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유정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시야가 흐려진다.







사진출처:picturebook-illust.com.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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