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큰아이가 학원 끝나고 늦은 시간 귀가를 했어요. 여느 때처럼 밥을 차려주고 저는 또 큰아이가 했던 말을 깜박하고 주방 정리에 세탁기 돌리며 집안일 모드에 빠져 있었죠. 큰 아이는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 혼자 식탁에 앉아 밥 먹기 싫다고 항상 맞은편에 저를 앉혀 놓아요. 종일 워킹맘으로 직장에서 퇴근한 엄마. 주부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지 다들 짐작하실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졸린 눈을 한 나무늘보처럼 가만히 앉아 있어요. 사춘기 아이의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말이죠.
어느 날은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도 곧 잘해서 서로 대화를 이어가는 식사시간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말 한마디, 눈 한번 마주침 없이 식사를 끝내는 날도 있어요. 그날도 제가 먼저 물어봤어요.
"기분이 안 좋아?"
아무 대답이 없어요. 또 그런 날인가 보다 하고 기다렸어요. 한참 후
"엄마, 나 좀 도와주세요."
"응?"
"나 좀 도와주세요... 엄마."
눈물을 흘려요.
"무슨 일야~말을 해줄래?"
"엄마가 준 밥양이 많아요. 그런데 많은 거 아니죠? 제가 먹고 싶은 빵을 못 먹을 것 같아서 밥이 안 넘어가요. 또 걔(섭식, 식이장애)가 나타나서 저를 힘들게 해요."
"밥은 늘 양이 같아. 점심에 학교급식 조금에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굶다가 이제야 제대로 된 한 끼를 먹는데 밥도 먹고 빵도 먹고 그래야 하는 게 맞아. 걔가 나타나서 너를 힘들게 할 땐 시키는 대로 하지 말고 네가 이겨보려고 해 보는 거야. 엄마는 너를 말로는 도와줄 수 있어.
그렇지만 그건 한번뿐이라는 거 잘 알잖아. 매번 나타날 때마다 엄마가 같이 있는 것 아니고 듣기 좋은 말로만 다독일 수는 없어."
"엄마, 알지만 그래도 난 엄마가 나를 위해서 위로가 되는 말씀을 해주시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짧은 순간, 저의
모든 생각과 말, 표정이 멈춰버렸어요.
늘 해결책을 제시하는 엄마와 무한 공감을 원하는 제 큰아이와의 성향차이.
어떤 위로를 이 아이를 위해서 이어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