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를 너무 좋아했어요. 노래가 한참 유행할 때는 잘 몰랐다가 유튭 플레이리스트 어디쯤에서인지 흘러왔던 날 이후로 이 곡만 주야장천 들었더니 아이들도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더라고요. 두 아이가 여수 밤바다는 어떤지 궁금하다며 갑자기 말을 꺼낸 날이었어요.
"여수 밤바다가 보고 싶다니, 오래 걸리는데 괜찮겠어? 이번주말에 갈까, 우리?"
호기심 많은 둘째는 심한 멀미에도 아랑곳 않고 가보고 싶다며 스스로 집밖으로 나가겠다는 말을 하다니!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기에 제가 덥석 물었죠. "그럼, 내일 새벽 5시 출발! 거기 도착하면 10시 넘을 것 같거든? 여수에서 아침 먹자"
새벽시간이라 잠이 덜 깬 상태로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그 와중에 작은아이 멀미패치 반 잘라서 부쳐주고 출발했어요. 가는 내내 아이들은 자다 깨다를 반복 했고 큰아이는 목 아프고 엉덩이 아프다며, 작은아이는 멀미 때문에 축 쳐져있는 시간들의 연속이었어요. 가는 길에 휴게소를 세 번이나 들러가면서 아이들을 달래고 여수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어요.
큰 아이는 오랜 시간 차를 타고 힘들었지만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작은아이는 멀미에 지쳐 쓰러져 있다가 일어나 앉자마자 "엄마, 나 집에 가고 싶어" 자다 깬 눈을 비비는데 두 눈에서 눈물이 주룩, 입안에는 침이 고여 입술 근처로 주룩.
'아, 이 장거리 여행은 내 욕심이었을까...'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작은아이를 한참 동안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