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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26. 2024

기억은 가물거려도

103.

마지막으로 당신을 본 게 언제였는지,

그날 어디에서 당신을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열흘쯤 되었나 싶은가 하면

어느새

그 기간이 보름은 훌쩍 넘어 서 있습니다.


물론 별 다른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잘 지내고 있단 증거겠지요.

오히려 내게 무슨 말이 들려온다는 건

당신에게 어떤 일이 생겼다는 뜻일 테지요.


기억은 가물거려도

나는 항상 당신의 흔적을 더듬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있는지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당신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오늘 오랜만에 찻집을 찾았습니다.

이른 아침에 당신이 있을 리가 없지요.

주변에서 당신의 흔적이 눈에 띌 리도 없지요.


그래도 조금 전까지

마치 그곳에 머무르다 간 것처럼

당신의 모습이 눈에 일렁였습니다.

모르지요?

정말 당신이 잠시 왔다 갔는지 말이에요.


아무 미련을 두지 않았습니다.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서 나오면서도

발걸음도 무겁지 않았거든요.


기억은 가물거려도

언제나 그랬듯

난 당신의 흔적만 더듬어 헤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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