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Jul 01. 2024

다시 또 불면의 밤

157일 차.

평소에 잘 때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고 잡니다. 대체로 주중에는 수면용으로 적당한 내용을 선택하고, 주말엔 다소 묵직한 것으로 틉니다. 주말에는 강의 내용이 들려도 큰 상관이 없지만, 평일은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이 강의이지 거의 수면용에 가까운 것이라 자는 데 별다른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도 잠을 청하는 데에 큰 도움은 안 되더군요.


그런데 어젯밤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누울 때부터 강의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대략 1시간짜리 몇 개를 붙여 놓아서 어지간해서는 한 개의 강의가 중간쯤 이르기 전에 잠들곤 했는데, 어제는 하나가 끝나고 또 다른 강의로 넘어가는데 여전히 정신이 말짱했습니다. 눈만 감았다 뿐이지 잠이 들 만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순간 저는 또 긴장되었습니다. 수시로 저를 괴롭혀 왔던 불면의 밤이 다시 저를 찾아온 건가 싶어서입니다.


12시쯤 자리에 누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하나의 강의가 끝났습니다. 마치 작정하고 강의를 들으러 간 사람처럼 강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두 번째 강의도 끝났습니다. 여전히 눈은 말똥말똥, 도무지 잠을 이루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세 번째 강의를 절반쯤 듣던 중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2시 30분쯤이었습니다.


쭉 이어서 잤다면 그나마 세 시간은 잘 수 있었을 텐데, 화장실 가느라 3시 반에 깨고 말았습니다. 무려 화장실만 네 번째 다녀오는 길입니다. 억지로 다시 잠이 든 게 4시였습니다. 그래 봤자, 1시간 반밖에 못 자겠다 싶었는데, 이번엔 기억도 잘 안 나는 꿈 때문에 잠에서 다시 깹니다. 시각을 확인해 보니 5시 10분입니다. 정상적인 수면을 취했다면 20분 후 다시 일어날 수 있지만, 이 상태로 다시 누우면 영락없이 지각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누울 게 아니라면 일어나서 움직여야 합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부터 지각하면 그 주간은 내내 꼬이게 되니까요.


다른 방에 누워 있는 아내에게 출근한다는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5시 45분입니다. 평소보다 반 시간 정도 이릅니다. 그래서인지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차량도 확연히 적습니다. 사실 이 시각은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닙니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부지런한 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멍한 정신으로 하루를 어찌 보낼지 걱정이 듭니다. 부디 불면의 밤이 다시 찾아든 것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목을 입력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