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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Oct 17. 2023

가을은 어디?

백열 두 번째 글:  누가 가을 보신 분 없나요?

안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바깥엔 점퍼를 걸치고 집을 나섰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늘은 5시 47 분이네요. 바람막이보다는 조금 두껍고 일반 점퍼보다는 얇은 재질의 것입니다. 입으면서 약간은 더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만 입어줘도 충분할 줄 알았습니다. 낮에 교실에서 아이들과 있다 보면 쉬이 더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춥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 두어 시간만 있으면 조금 나아질 테지만, 지금 체감상으로는 거의 한 자릿수 온도가 아닐까 싶은 정도입니다.

게다가 밑에는 바지만 입었습니다. 지하철 맨 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어서 그런지 오른쪽 허벅지에 닿는 지지대의 쇠 촉감이 서늘합니다. 안에 뭐라도 받쳐 입을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가득해졌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날씨가 차졌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리 우리나라에서의 가을은 느낌상 달 정도밖에 안 된다지만, 이미 분위기는 벌써 겨울입니다. 이 태세라면 가을이, 달이 아니라 거의 보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반가운 손님이 와서  다고 했더니 이내 갈 기세입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공원 벤치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좋다고 했습니다. 날씨도 시원해 사색하기 딱 좋을 때가 지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도의 날씨라면 사색은커녕 책을 펼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아직은 이르다 싶어 바닥 장판에 불을 넣지 않았고, 방 안에 보일러도 가동하지 않았습니다. 베란다엔 빨래가 널려 있어 항상 바깥 창문은 5cm쯤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오늘 아침에 분명히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바닥 장판에 불을 넣고, 실내에 보일러도 가동해야겠다고 말입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차도 너무 많이 납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마다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할지 난감한 모양입니다. 아직도 건강함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 간혹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께가 얇은 패딩 점퍼까지 입은 사람도 보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휴대폰 벨 소리보다 코를 훌쩍이는 소리를 더 자주 듣게 됩니다.


이미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두껍게 읽고 다닐 때는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든든하게 입으면 한낮에 또 견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밤을 어떻게 보내느냐, 잘 때  어떤 상태로 자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밤새 떨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 기운이 이어져 뼛속까지 시린 느낌이 듭니다.


곧 있으면 기차를 탑니다. 벌써 기차 안에선 히터를 가동했습니다. 더워서 어떻게 견디냐 했던 게 불과 엊그제 같았는데, 에어컨을 가동하고 며칠 예열할 새도 없이 곧장 히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기상전문가가 아니니 이것도 이상 기후 탓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이제 완연한 가을이라거나 늦가을 같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여름 지나 바로 겨울이 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계절 자체도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늘이 높은 건 맞는데 말이 살찔 틈은 없어 보입니다. 며칠 전 장롱 밖에 꺼내어 놓은 두꺼운 옷을 보며, 지금 이런 옷 입으면 더워서 안 된다고 했던 말이 어느새 무색해져 버렸습니다. 정말이지 열흘도 못 가 패딩 점퍼라도 입고 돌아다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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