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Nov 17. 2023

눈 온단 소식

백 일흔두 번째 글: 눈을 좋아하세요?

어젯밤 제가 잘못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첫눈 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뭐, 이상기온 등으로 인해 10월이나 4월에 눈이 와도 그다지 신기하지도 않을 때이긴 합니다. 11월 중순, 아직 완연한 겨울은 아니라 해도 시기상으로는 가을의 막바지이니 첫눈이 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엔가 눈 오면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다들 바쁜 가운데 미끄러지지 않으려 버둥거리는 것이 어른이라면, 동심에 젖어 마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어린이라는 것입니다. 그때 제가 본 느낌은 강아지 역시 사람 못지않게 눈 오는 게 좋아서 팔짝팔짝 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이 좋아서 그렇게 망나니처럼 뛰는 게 아니라, 발이 너무 시린 나머지 발을 번갈아 땅에 내딛는 모습이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한창 시간이 지나 사랑을 알고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니 커플들도 눈 오는 걸 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눈을 보며 아마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하늘도 자신들의 사랑을 축복하려 눈을 내려준다고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눈이 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모습이 연출되곤 합니다.


한때는 눈 오는 날 그렇게 전화를 걸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 부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에게도 눈 온다며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준 사람이 몇 명 있더군요. 첫눈 오는 날 누군가가 전화한다는 건 같이 있고 싶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뭐 그다지 첫눈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 습니다만, 눈이 오면 어디로 전화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긴 합니다.


과연 오늘 눈이 오긴 할까요? 집을 나서던 당시엔 아직 어두워서 그런지 하늘이 명확히 보이진 않습니다만, 이 정도 날씨라면 눈이 와도 하나도 이상할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우산의 형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