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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Dec 19. 2023

신년의 계획

이백 세 번째 글: 다들 신년 계획은 세우셨는지요?

학교 아이들한테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계획을 잘 세운다고 해서 보람 있는 방학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계획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말도 함께 해줍니다.


성향 탓인지 기질 탓인지 모르겠는데, 계획을 세우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질색을 합니다. 결코 성의를 들여 계획표를 만드는 일 따위를 기대해선 안 됩니다. 그런 건 애초에 남학생들의 사전엔 없는 일입니다. 아주 극소수만 조금은 더 적극적이거나 혹은 진지한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만, 24년 동안 제가 본 그런 사례는 다섯 손가락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반면에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도 여학생들은 제법 계획표를 작성하는 일에 공을 들입니다. 그건 아무래도 뭔가를 예쁘게 꾸미는 일에 여학생이 조금 더 소질이 있고 더 나은 감각을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상 계획표를 작성한다고 하면 형식보다는 내용에 우위를 두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여학생들의 계획표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 잘된 것이라 보기가 힘듭니다. 화려한 외양에 비해 의외로 내용이 빈약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신년 계획을 세우면서 반 아이들에게도 꼭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보나 마나입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계획표를 짤 때 싫어하는 이유는 잘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잘 못하는 이유는 결국, 계획표 작성법이나 계획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계획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반드시 넣어야 할 것과 빼야 하는 것을 잘 선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획을 짜라고 하면 최대한 많은 활동을 집어넣거나 혹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항을 누락시키는 등 이 선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다들 신년계획은 세우셨습니까? 시간을 내어 계획을 세워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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