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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Aug 28. 2023

사람 값의 평가방식 유감

꼬라지 값의 견적산출 수법에 대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이라는 그럴싸한 허울의 포장지를 벗겨보면,  내용물은 기실 형편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내용이 포장인지, 아니면  '따듯하다'는 형용사가 포장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미안하게도 이 글을 끝까지 읽어 본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간낭비 이므로 빠르게 이 브런치 사이트를 탈출하는 것이 이롭다.


  인류의 평등과 박애, 사랑과 자비 따위는 도회지의 콘크리트 생태계에서 만큼은 이상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태어나는 순간 법적으로 부여받을 수 있는 존엄성과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다는 보편적 평등가치라는 인권을 배제하면, 사람도 일종의 상품처럼 물건으로 취급되어 시장가격이 매겨진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실감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몸값으로 철저하게 계량된 저울 눈금을 읽을 수 없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인간이기에 더불어 살아가노라는 것은 확실 하거니와, 따뜻한 어쩌고에냉정하게도 이의가 있다.


  인간이 재화의 수단이나 상품으로 거래된 적이 있었던 케케묵은 노예제도의 역사 따위나 혹은 그 이면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의당 비인간적인 노예제도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서 화석되었음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세기를 거듭한 지금의 시대에는 과거 악랄한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없을까? 미안하게도 그렇지 아니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법률이 지배하는 제도권에서 자유계약의 원칙이라는 이름의 당의정으로 둔갑한 노동계약제도는 노동시장을 포함하여, 다양한 인간군집의 복잡한 시장통에서 사람값의 저울질 결과치인 채용의 여부통용되기 십상이다. 능동적 고급 실업자나 피동적 산업예비군(?)의 입장에서 곱씹어 보자면, 비로소 팔려나가야만 의미가 있는 사람값의 저울질이라는 기괴한 표현에 비로소 졌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형태나 본질을 막론하고 제 먹이를 구하는 짓거리 이상의 숭고함이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늘의 에피소드는 누구나 알고 있건만 아무도 발설하지 못하는 인간의 시장가격과 장거래흥정 값을 결정하고 있는 저울 눈금에 관하여 극히 실존적인 차원에서 언급을 보도록 하자.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군상 일부, 기록에 의하면 당시 예수의 몸값은 가리옷 출신 유다로 하여금 은화 30냥의 그 당시 노예가격으로 거래되었다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해야 하는 성인으로서, 이른바 사람값에 관한 견적을 어떻게 산출하는지 모르고 있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이건 공익을 전제하는 조직이건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저울 눈금의 확인 요소는 지식과 기술 그리고 태도의 3요소를 조합하여 구분하는데, 믿기 어렵겠지만 이 세 가지의 평가 요소는 매우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하고,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는 경우처럼 뚝딱! 쉽사리 변환되지도 않을뿐더러, 심지어 완벽하게 변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비가역적 불평형 상태의 경우도 있다는 점이 다소 치명적이다.(지식이나 기술보다 태도가 1순위로 둔갑하는 엉뚱한 현상도 있다는 것.)

  이를테면, 각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지식이 순식간에 기술로 변환될 수 없고, 또한 기술이 월등하다 한들 태도가 만족스럽지 아니할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함부로 저울질하여 평가할 수 없는 도덕적 가치관이나 양심의 문제 사기나 횡령, 배임 따위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사람값에서 별개로 취급이 된다.

  간혹 지식이 누락된 기술을 기능의 영역으로 취급기도 하지만, 이것은 직무와 직능의 분야확장하고 세분화하여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을 발휘할 수 는 엄청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들 자선단체가 아닌 다음에야 이익을 추구해야만 하는 싸늘한 회사 조직에서는 정보를 재화로 바꿀 수 없는 지식이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조직에서의 사람값(또는 인사고과)에는 지식, 기술, 태도의 세 가지 완성도를 철저하게 조합하여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견적한다. 실제로 그런지 다음의 항목으로 냉정하게 스스로의 가격을 평가해 보면 알 수 있다.


1.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원만한 처리 방법을 이해하고, 속해있는 조직의 루틴 업무나 조직 내 상급자의 구체적 지시사항을 확실히 수행할 수 있으며, 업무와 관련한 전문용어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라면 단순 초급 사원에 해당한다. (비록 초급사원 일망정 속한 조직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년간 가처분소득 수준의 실제 몸값의 언급은 생략한다.)


2.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체계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주어진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검토할 수 있으며, 현안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계획의 수립 능력과 해결 방안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조직의 허리가 되는 중급의 사원이다. (사용자 측면의 평가로는 실질 투입되는 인건비 대비 가성비가 최고인 몸값에 해당하기에, 경영상태와 무관하게 회사의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독특한 부류이기도 하다.)


3. 고객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분석하여 사양을 작성할 수 있고, 지시받은 업무를 기한 내 추진이 가능하며, 복잡한 업무교섭과 일정조율 등 유관 부서와 연계된 업무도 원만히 처리가 가능하며, 신규로 추진되는 사업계획서 초안의 작성이 가능하다면 경력에 무관한 고급사원에 해당한다.(이 부류의 근로자 입장에서는 업무처리능력 대비 상대적으로 제 몸값이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착각으로 과감히 책상을 걷어차고 이직을 감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판은 금물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대체인력이 가장많은 경력자 부류이기 때문이다.)


4.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거나 맡고 있는 부서의 독자적 업무추진을 수행할 수 있고, 특별하거나 대외비 성격의 은밀한 임무를 믿고 맡길 수 있으며, 팀이나 조직의 리더로서 부하직원에게 유효한 조언을 해 줄 정도의 신뢰를 받고 있는 실력자라면 상위 그룹의 간부급 인력에 해당한다.(이 단계에서 간혹, 성장을 멈추거나 오히려 퇴행하여 월급벌레의 존재로 커튼 뒤에 숨는 경우도 있다. 조직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지만, 기업으로서는 손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제공하므로 구조조정 대상 1순위에 해당하는 부류이다.)


5. 사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신규, 혹은 기존의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이익을 도모할 수 있으며, 상품기획에서 제품생산은 물론 서비스의 운영까지 폭넓은 판단력과 현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면, 이는 경영자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이 최상위 단계를 누구나 꿈꾸지만 이 단계가 편할 것으로 오판하면 사달이 난다. 이 단계에서는 핑계를 불문하고 무조건 이익을 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잘리거나, 자원이 부족하게 될 경우 조직의 일부 혹은 전부가 망가지고, 더욱 재수가 없거나 자원에 꼼수를 부리면 팔자에 없는 쇠고랑을 찰 수도 있다.)


  경험을 동원하여 각 단계를 비교하자면, 수만 명의 종업원을 지휘하는 대기업의 수장이건, 혹은 수십 명을 지휘하는 노가다 십장이건,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나 홀로 사장이건, 경영자 부류에 속하는 이들이 받고 있는 고뇌와 압박의 강도는 느낌에 따른 단위의 차이가 있을 뿐 규모를 막론하고 동일하다는 판단이다.

  몸값이 점차 높아가면 갈수록, 와중에 끝없이 좌절을 극복해야 하고 강력한 스트레스에 대처해야 하며, 또한 긍정적 태도를 유지해야만 하는 번외의 능력이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번외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곧 개인이건, 조직이건, 회사이건, 어느 경우를 불문하고 제 설계수명을 결정하는 직접적 요인이 다. 이 사실특정한 분야의 전문가 바보라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혹자는 지긋지긋하고 신물 나는 콘크리트 생태계를 벗어나 나는 자연인이다! 라며 악을 쓰고 산속으로 들어가 나홀로 삶을 꾸리거나, 농사를 짓겠다거나 고기를 잡으며 살겠다며 자연 생태계로 갈아타기도 한다. 개중에 더러는 어렵사리 환경에 적응도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없음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거의 대부분은 콘크리트 생태계로 복귀하고야 만다.  


  사람값을 따지는 척도에서 일반적인 노동소득만 있는것은 아니므로 비노동소득의 예외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비노동소득까지 논거를 확장하게 되면, 견적의 범위를 초월하게 되므로 적산이 불가능해진다.

  비근한 예로서, 양아치나 조폭들이 자릿세를 착취한다면, 경제학적으로는 비노동소득이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범죄행위로 얻어낸  비노동소득으로 간주된다. 노숙자가 구걸 행위로 소득을 취하는 경우라면, 비록 범죄는 아니지만 법으로 규정된 노동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마찬가지로 비노동소득이다. 재산소득이나 금융소득도 역시 비노동소득에 속하지만 이는 합법적이다. 따라서 이들은 사람값 견적의 범위를 초월하여 럭비공 튀는 방향처럼 비선형적 이기에 논외의 대상이다.


  참고로, 사람값과 무관한 비노동소득의 종류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다만, 여기에 나열하는 것들이 비노동소득의 전부는 아니기에 유의해야 한다.


- 재산소득 :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서 얻는 소득

- 금융소득 : 예금, 보험, 투자 등에서 발생하는 소득

- 사회보장 : 국민연금,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급여

- 이자소득 : 채권, 펀드, 파생상등의 불로소득

- 임대소득 : 부동산, 상가, 창고 등에서 얻는 소득

- 지하소득 : 도박, 사기, 갈취, 구걸 따위의 범법소득

- 기타소득 : 차마 밝힐 수 없는 19금 불로소득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 없는 불로소득인 비노동소득을 강력하게 희망한다. 그러한 까닭에 이 분야 즉, 비노동소득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기꾼도 딴에는 제법 영업이익을 누릴 수 다. 

  꼬라지 값의 견적가는 수요공급에 따른 시장논리에 온전히 지배를 받고 있건만 그렇지 아니할 경우도 있다. 참으로 드물기는 하지만, 도저히 견적산출이 불가능한 명품도 있기 마련이다. 놀랍게도 시장논리와 무관하게 저울눈금을 초월하는 사람들을 나는 종종 마주친 기억이 있다.  (궁금하면 초록색 링크를 클릭 합시다.)


  혹자는 요청커니와, 같은 얘기라면 부드럽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하지만 내 의지는 그렇지 않다. 가사, 맑은 것은 맑게, 예쁜 것은 예쁘게, 추접한 것은 추접한 그대로 날것을 표현함이 유의미 하기에 사실적으로 묘사해야만 한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어찌 판단하건 나를 떠난 글은 이미 내것이 아니며, 당연히 독자의 판단이자 독자의 것임은 물론이다.

  나는 글밥으로 먹이를 구하는 글쟁이도 아닐뿐더러, 문학적 소양이나 그러한 배경 숭상하는 인문학도 아니라 호모 테크니쿠스 즉, 엔지니어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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