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가 되다

홀로 시작된 쌍둥이 육아

by 보라빛창가


엄마가 집으로 가고 나서, 홀로 시작된 쌍둥이 육아는 정말 쉽지 않았다.

일단 분유 먹이는 것부터 큰 난관에 부딪혔다.

둘 다 배고프다 아우성인데, 남편은 출근해서 난 혼자고...

어찌해야 할지 멘붕이 왔다.

결국 바운서에 아이들을 앉히고 난 쪼그려 앉아 아이들에게 동시에 젖병을 물렸다.

수유가 끝나면 한명씩 안아서 트림도 시켜야 한다. 두시간에 한번씩 이걸 반복했다.

그 후 사이사이 기저귀 갈고 나면 밥 먹을 시간이 따로 없었다.

분유를 먹이고 나면 아이들을 재우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한 명은 아기 띠로 업고 한 명은 힙시트에 안고 동시에 재웠다. 아이들은 잘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자는 게 아니었다. 이야기도 들려주고 위 아래로 살며시 흔들기도 하고 여러가지 창의적인 방법을 쓰게 된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리포트를 써도 될 정도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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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잠에 빠진 순간은 나의 유일한 휴식시간이었다. 혼자서 육아를 오롯히 해내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조용히 박수를 쳐주고 싶다. 물론 그때의 나에게도...


드디어 출산 휴가가 끝나고, 회사 복귀를 준비했다.

그러나 쌍둥이 남아를 맡아 줄 도우미 이모님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전부터 좋지 않았던 갑상선에 이상이 생겼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무리한 탓이었다.

병원에서 세포검사를 해보니 모양이 좋지 못하다고 추적관찰을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몸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까?

대기업이라는 간판이 아깝기도 하고 경단녀에 대한 두려움도 밀려왔다.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 결국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고 엄마에게도 이야기 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항상 어떤 결정을 하든지 엄마는 나의 생각을 믿고 존중해 주었다.

사원증을 반납하며 팀장님과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남들 다하는 워킹맘을 난 못하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게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소속이 없어졌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중간중간 이직을 하며 회사를 그만둔 적은 있었지만, 이직이 아닌 퇴사는 상당히 느낌이 달랐다.

초등고 - 대학교 - 취직까지 한번도 쉼 없이 앞으로만 달려 왔다.

소속이 없다는 것은 이제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 중 하나가 내가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영원히 엄마라는 명함만 남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자기, 나 퇴사한 거 잘한 일일까?"
"글쎄, 모르지...."


그때의 헛헛함을 달래기엔 남편도 별로 도움이 안 됐다. 남편은 외벌이가 된 것에 대한 부담을 알게 모르게 느끼는 눈치였다. 갑자기 미안한 감정, 서운한 감정이 뒤섞였다.


'나 이제 어떻게 하지?

이러다 그냥 평범한 아줌마로 끝나는 거 아냐.....'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여 와중에 아기들이 또 밥 달라고 울었다.

그래 엄마가 간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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