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랜 Jan 25. 2022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논술 강사로서 받았던 가장 어려운 질문

며칠전 함께 일하는 선생님과 논술 수업의 방법과 맹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문득 떠오른 장면. 강의를 하다가 인생 최고 난제를 질문받았던 때이다.     


내가 살고 있는 K시의 모 중학교 방과후 학교 독서 토론 논술 수업 1학기 마지막날이었다. 주 5일을 내내 하면 모를까 일주일에 한 번 그 학교 수업 하나만을 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2학기 수업은 거절한 참이었다.      


수업 마지막날 아이들과 과자 파티를 하자고 했으나, 놀아주는 데에 젬병인 선생, 나 때문에 분위기는 잔잔하게 다운되어 있었다. 수업 시간이 끝에 다다르자 나는 어영부영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평소 그렇게 진중하다고는 느낀 적이 없던 여자아이였다. 그 애가 갑자기 내게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그 의중에 대해 파악하기도 전에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냐니 그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리가.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나도 몰라.”     


그 아이를 실망시켰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책들을 다룬 그 수업에서 그 아이의 눈에 내가 아주 통달한 사람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그 고민이 아이에게 복사되었는지도. 나는 그때도 지금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이렇게 글쓰기 스타일부터 생각까지 강사의 개인적인 것이 아이들에게 복사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논술 수업의 맹점이다. 그것을 ‘배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갖고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논술의 목표인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이것이 논술 강사로 4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느낀 논술 수업의 아이러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질문을 갖게된 것이 그 아이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선생으로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그 질문을 평생 잊지 말고 반드시 스스로 답을 찾을 것. 물론 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하는 기대이다.     


만약 아이가 답을 찾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청출어람이 아니겠는가. 마흔을 앞둔 선생도 답을 찾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전 09화 은근히 일을 피하는 동료 강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