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시술

다시 한번 생각해 줘요!

by 별똥꽃

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얼마 되지 않아서 남편이 대학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학생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살았을 때 그곳 학생 가족 아파트에서 작은 텃밭을 나눠주는 행사를 했다. 그 당시 온종일 육아에 매달려 사람을 만나는 기회는 극히 제한돼 있었고 외로움과 무료함으로 생활하던 때라 텃밭을 하나 얻어 채소, 과일, 꽃 등을 심고 가꾸는 것이 나름 재미있었다. 그 해 땡볕에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텃밭에서 여름을 보낸 탓인지, 나이에 비해서 눈에 띄게 큰 기미가 얼굴 양쪽에 여러 개 있었다. 그래서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으려고 진료 예약을 했다. 토요일에 시술을 받고 싶었지만 내가 상담받았던 피부과 의사 선생님께서 술 가능한 시간이 월요일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월요일에 시술을 받게 되었다. 주위에 아는 사람이 이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고 했고 온라인으로 검색하니 저렴한 비용에 비해 인지도가 꽤 높은 곳이었다. 상담을 받았던 한 달 전에도 레이저 시술을 받았던 당일에도 병원에 사람들이 미어터지게 많았다.


아침에 피부과 의사 선생님과 간단한 상담을 마친 후 수납실에서 미리 시술비 지불을 하고 시술실에 등록을 했다. 제일 먼저 복도에서 시술 전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그다음에는 레이저실 입구에 연결된 방으로 안내되어 방 안의 일인용 침대 대략 열개 중에서 마지막 침대에 가서 누웠다. 눈을 감으니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간호사가 얼굴에 젤리 비슷한 것을 펴서 바르더니 종이 같은 것을 덮어 넣고 휙 가 버린다. 눈을 감고 누워 있으니 다른 환자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다. 간혹 남자 환자들이 몇 왔었는데 간호사들이 그들에게는 유난히 친절하게 대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얼굴에 발라 놓은 것이 마취연고라고 했다. 하도 기다리다 지쳐서 손을 들고 간호사를 여러 번 불러서 한참 후에 가까이 다가온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연고 바르고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나고 앞의 환자가 레이저 치료를 다 받고 나면 내가 시술받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십 분 정도 지난 후 나는 레이저실로 안내되었고 빈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정확한 시술 과정은 전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맨 처음에는 피부과 의사가 도구로 얼굴을 긁거나 지지는 것 같은 느낌이 났다. 다음 단계에서는 긁어놓은 상처 위에 빨간 불꽃을 갖다 대고 상처 위에서 똑똑 튀게 했다. 감은 눈으로도 빨간 불꽃이 보였다. 두 번째 단계는 첫 단계 시술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난 다음 단계는 토닝이라고 했는데 얼굴 전체에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두 번째 단계 보다도 더 고통스러웠다. 나는 속으로 계속 '내가 이런 걸 왜 하는 걸까?' 생각하며 레이저 시술받는 것을 후회를 했다. 그리고 레이저 시술을 마치고 시술 전에 마취 연고를 발랐던 그 방에서 쿨링 단계에 들어갔다. 얼굴이 정말 화상을 입은 것처럼 너무 뜨거웠다. 간호사가 쑥 냄새가 나는 두꺼운 천 같은 것을 여러 장 얼굴에 씌어 주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천이 아니고 물티슈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쿨링을 세 차례 한 후에 시술 후 관리 방법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듣고 얼굴에 바르는 연고와 쿨링 패드를 받아서 몇 시간 째 복도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던 딸에게 갔다. 딸에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이제 집에 가도 된다고 하니 아이 표정에서 옅은 공포가 비쳤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엄마 얼굴이..." 하더니 말끝을 흐린다. 나는 그때 시술 후 처음으로 복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내 얼굴에는 온통 불에 덴 상처 투성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그만 "악"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딸과 나는 그 황당한 광경에 그만 서로 마주 보고 웃고 말았다. 하필 그때 피부과 의사 선생님께서 아까 시술받았던 방과 마주 보고 있던 방에서 나와서 우리 쪽을 한번 쳐다보시더니 아무 말씀 없이 들어가셨다. 아마도 그 의사 선생님께는 익숙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병원을 나선 후 입고 있던 조끼를 벗어서 뜨거운 햇볕과 그 햇볕보다 더 뜨거울 거라 걱정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내 얼굴을 가리고 길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를 잡아 탔다. 집에 와서 찬찬히 얼굴을 보니 피멍이 든 곳 진물이 나는 곳 빨갛게 살이 볏겨진 곳 등 가지 각색이었다. 아침 여덟 시에 집을 나서서 정오가 지나서야 집에 왔지만 레이저 시술 후의 내 몰골을 보고 입맛이 싹 가셨기 때문에 점심은 그르고 전날 여행으로 부족했던 잠을 청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계속 먹고 자기를 반복했다. 가끔씩 연고를 바르기 위해 거울을 보고 '이게 사람의 얼굴인가?' 자문했었다. 사흘 후에는 샤워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병원에서는 샤워나 머리 감기는 가능하다고 했지만 얼굴에 물을 대지 않고 샤워나 머리감기를 할 자신이 없었다.) 나흘 후에는 전체적으로 상처가 많이 아문 듯했지만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주말에도 계속 집에만 있었다. 아직 딱지가 완전히 생긴 것이 아니어서 상처 위에 선크림을 발라 상처를 덧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술한 지 일주일 후인 월요일에 출근을 했다. 너무도 허무하게 그토록 기다리던 일주일 휴가를 집에서 다 보낸 것이었다. 그때 딸이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엄마는 못 생긴 얼굴도 아닌데 레이저 시술은 도대체 왜 한 거예요?" (사춘기라 무뚝뚝해진 딸에게서 아직 "엄마는 예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내심 기뻤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점점 눈에 띄는 기미가 신경 쓰여서 큰 것만 몇 개 없애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될 줄이야 몰랐던 것이다. 레이저 시술 전에 치료 방법이나 치료 후의 관리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일주일 휴가를 다 써버려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태워 가면서까지 기미를 없애야 했는지 후회스럽기도 했다. 딱지가 다 떨어지고 전보다 깨끗해진 피부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까? 육 개월 후에 재치료받으러 갈 용기가 생길까? 잘 모르겠다.


레이저 시술받고 몇 주 후에 경과를 보러 피부과로 갔는데 그냥 형식적인 과정이었고 시술한 곳에 필요한 연고를 받아오는 정도였다. 한 달이 지나고 빨갛던 상처 자국이 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곰팡이 같이 보이는 자국들이 얼굴에 전체적으로 있어서 너무 신경 써였다. 한 번은 머리를 하러 갔는데 미용사가 얼굴이 왜 그렇냐고 물었다.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고 하니, 뭔가 이상하다고 병원에 다시 가 보라며 걱정을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시술한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시술받았던 피부과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내 얼굴의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며 걱정을 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타인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아주 직설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경과를 걱정하는 나에게 의사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예전에 대학 졸업 후에 어떤 외국인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관 중에 한 사람이 나의 호적 등본을 보고 "홀 어머니하고 사시네요! 엄마한테 잘하세요!"라고 쓸데없는 말을 해서 황당했던 것이 떠올랐다. 언제쯤 착색이 없어지냐고 물었더니, 의사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리고 곧 한 달 간 휴가를 받고 잠시 외국에 나가 있었다. 하지만 휴가 내내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너무 화가 나고 우울했다. 선크림이 없이는 아무 데도 갈 수가 없고, 게다가 집에서 조차 선크림을 바르고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 너무 싫었다. 화장을 진하게 해도 검은 자국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한 달 휴가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시술받았던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하필 시술했던 의사는 여름휴가 중이었다. 그래서 나이가 지긋한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되었는데, 시술 후 착색이 심해서 고민하는 나에게 "화장을 더 찐하게 하든지, 시술을 한 번 더 받아라."라고 제안했다. 그때 처음 시술받고 4개월이 채 못 되었을 때였다. 재시술 예약을 하고 왔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술을 한 번 더 받고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가 상태가 더 나빠지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괜한 시술을 받고 안 해도 될 고생을 하는 것 같아 결국 재시술 예약은 취소하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시술받은 지 9개월이 지난 후 착색 정도는 조금씩 옅어졌지만 시술 전보다 좋은 상태는 아니다. 한 겨울에도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는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다. 아무리 짙은 화장을 해도 메이컵 위로 시술 자국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만약 9개월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마도 시술을 받지 않을 것이다. 시술을 받는다 해도 큰 병원에서 패키지 같은 걸로 점차적인 시술을 받거나, 만약 같은 곳에서 시술을 해도 얼굴 전체가 아닌 검은 버섯이 있던 곳만 한정적으로 받을 것이다. 레이저 시술에 대해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지인 말만 듣고 무모하게 중대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착색 정도는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몇 달 후 시술받은 지 1년이 되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혹시 레이저 시술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레이저 시술의 부작용과 단점을 먼저 숙지하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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