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사막, 채워지지 않는 갈증
세상을 살다보면 정말 다양한 일들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의 충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뀔 것 같지 않은 절망, 아니면 분명 상황적으론 나쁘지 않은데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마음속 깊은 갈증.
어쩌면 인생이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한 가운데, 타는 듯한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한 모금 물을 찾으려 애쓰는 여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각하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된 이 갈증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세상을 방황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선 갈증을 달래지 못하니, 사람들은 하나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규제, 양심의 울타리를 넘어가기 시작하죠.
다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어린 시절 시작된 방황은 나이를 먹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마치 작은 각도의 차이가 나중에는 좁혀지지 않는 거대한 간극을 만들 듯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멀어지곤 합니다.
아직 목이 덜 마른 사람들은 갈증에 지쳐 쓰러진 사람들을 보고 위안받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비방합니다. ‘저거 저럴 것 같았어. 그렇게 일찍이 일탈하더니 저럴 줄 알았지.’ 그러나 그들은 저들의 모습이 갈증에 말라가고 있는 자신들의 미래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천천히 말라가느냐 속히 말라가느냐의 차이일 뿐, 닥쳐올 갈사의 운명은 같은데 말이죠.
어떤 사람들은 반대로 일찍이 자신들의 운명을 눈치챈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다가올 운명을 애써 못 본 체하며 어떻게든 갈증을 직시하지 않으려 합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해결하지 못할 갈증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자신에게 정해진 죽음이라는 미래와 자신의 무력함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들은 갈증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신기루에 매달립니다. 누군가는 물을 대신할 술이라는 신기루에, 갈증을 잠시라도 잊게 해줄 정욕이라는 신기루에, 고통을 잊게 해준다는 약물이라는 신기루에, 또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목이 덜 말랐던 과거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어울림으로써 서로의 갈증을 나누고 위로받으려 애씁니다. 어쩌면 그들은 사람이라는 신기루에 사로잡힌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갈증의 근원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한 그 모든 것들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자신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 직시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물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처지를 불쌍히 여겨 그것이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말해주어봤자, 사람들은 그들의 무지가 드러나는 것과 잠시나마 위로받고 있던 신기루 놓쳐버리는 것이 것이 두려워 오히려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곤 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자신을 지킨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정답을 알려준 사람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끝 없는 갈증을 해결하는 것보다 당장 그들의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오는 사람들이죠.
마치 자신을 위한 진료임을 알지 못하고 수의사를 물어뜯는 맹견과도 같습니다. 당장 눈앞의 헛된 위로가 자신을 천천히 죽이고 있음을 알지도 못하죠.
또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갈증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에 좌절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누워 천천히 죽음을 맞이해 가는 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깨우쳤다는 듯이, 지혜가 아닌 지식을 좇아, 스스로의 정신을 몰아가다 결국은 자신의 생명마저 정리하죠. 분명 그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끝없는 갈증과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죽음에 관한 공포였을 텐데, 그들은 결국 자기 손으로 그들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죽음을 선택합니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헛된 신기루에 매달리지도 않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지도 않으며 비록 자신들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점은 없지만, 자신들의 현재 위치가 어딘지 알려고 부지런히도 기억을 더듬어가며 사막 한가운데를 헤맵니다.
“열심을 내면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노력은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이 난관을 어떻게 해서든 타파해 보겠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각자의 논리를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사막 한가운데를 이리저리 다니다가 스스로 우물을 찾겠다고 모래를 파 젖히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깊이 모래를 파헤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그들과 자신을 비교해가면서 자신이 언제쯤 우물을 팔 수 있을지를 가늠하려 합니다.
정작 그들이 동경하던, 앞서 모래를 파던 사람들조차 끝내 갈증에 지쳐 쓰러졌음을 보지 못하고 그들은 그저 남들이 지쳐 쓰러지기 직전까지 했던 그 방법을 따라 자신의 우물을 개척하려 합니다.
이 밖에도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같은 처지의 표류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가져다주며 길을 알려달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돈을 건네주며 자신을 우물까지 업어다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마시지도 먹지도 못하는 돈을 의지하는 사람들, 물을 마시지 못하니 사람들의 피라도 마시려고 이웃들을 살해하는 사람들, 자신의 목도 축이지 못하면서 물을 준다며 사람들을 선동하여 그들의 왕으로 군림하려는 사람들, 사람을 부리는 부자들을 동경하여 그들의 돈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들까지.
그들은 정작 자신의 갈증은 보지 못한 채, 마시지 못할 것을 얻기 위해 사막 한 가운데를 달려 나가며, 물을 찾는 사람들을 오히려 어리석다 비방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생각하려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다른 각도로 출발한 것 자체가 실수였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합니다. 갈증을 느끼고 다른 길로 가면 갈수록 구조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음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쫓길 멈추지 않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행하기 시작하면서 비극이 시작된 것인데도 좀처럼 삶의 주인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살아남는 지혜로운 사람들의 비결은 단순합니다. 그들은 사막 한가운데서 자신이 스스로 우물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합니다. 그리고 겸손하게 지금 이대로 가면 자신은 틀림없이 죽을 것이고 자신의 힘을 의지하는 것이 헛되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들이 쫓던 것이 갈증을 달래주지 못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 나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답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기뻐하죠.
그리곤 다른 곳에 힘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엎드려 구조를 요청합니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잠잠히 기다립니다. 괜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발걸음을 옮겨 더욱 멀리 이동하기 전에 그 자리에서 자기 생각을 내려놓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명을 건짐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구조대에게 받았던 은혜에 감격하여 다시금 사막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신기루를 좇는 사람들에게 그 길이 아니라고 외쳐댑니다. 삶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위로해 주고 그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줍니다.
다시금 갈증과 더위에 시달리더라도, 심지어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앞선 구조대들처럼 그들을 무시할지라도. 그들은 개의치 않고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더 깊은 사막 한 가운데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