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키는 강아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랑. 그치만 행복하다.

by 마타

작은 바람조차 흐르지 않는 갑갑한 공간 속 째깍거리는 시계의 일률적인 초침 소리가 공간을 울리는 가운데, 한참을 단잠에 빠져있던 나는 찬찬히 일어나 두 팔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켰습니다.

따각따각따각.


발톱 소리에 일어나는 불규칙한 소음이 간만에 정신을 자극하는 듯하여 몸을 좌우로 크게 털어봅니다. 털 속에 갇혀 있던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는 시원한 감각. 기세를 몰아 코를 쫑긋 세우곤 킁킁 냄새를 맡아보지만, 이번에는 기대하던 상쾌한 공기가 아니라, 꿉꿉한 집 내음이 코를 가득히 채우네요.


아침에 주인이 먹고 나간 듯한 된장찌개의 냄새와 주인이 사용한 듯한 향수 냄새, 아 이 냄새는 어제 주인이 신고 나갔던 신발에서 묻어온 낯선 강아지의 냄새네요. 주인은 밖에서 저 몰래 다른 강아지와 놀러 다니는 걸까요?


그렇다면 조금 싫을지도 모르겠어요. 나도 주인이 필요한데! 나도 종일 주인과 같이 있고 싶고, 나도 주인의 품에 안겨 따뜻한 온기를 즐기며 맛있는 간식을 먹고 싶은데! 매일 나는 홀로 둔 채 바깥에서 머문 이유가 다른 강아지 때문이라고 하면 질투가 날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내 주인이 그런 이유로 매일 같이 외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아요. 주인은 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마다. 제 이름을 불러주며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우리 초코 밥값 벌어올 게~ 초코는 집 열심히 지키고 있어! 그럼 엄마가 돌아와서 일당 두둑이 챙겨줄게!”라고 하시거든요!


우리 엄마는 제가 먹을 밥값이라는 걸 벌러 나가셨으니 저는 엄마를 믿고 열심히 집을 지키면 됩니다! 원래 무리에서는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른 법! 비록 너무 열심히 집을 지킨 탓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곯아떨어져 있던 저이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침입했다면, 제 예민한 귀가 분명 놈의 발소리를 놓치지 않고 저를 깨웠을 거예요.


집안을 한 바퀴 돌며, 혹시나 제가 잠든 사이에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순찰을 돈 다음, 물그릇으로 다가가 텁텁텁 물을 들이켭니다.


시계를 볼 줄은 모르는 저이지만, 해가 넘어가고 슬슬 배가 고파오는 것이, 주인이 돌아올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네요. 저는 주인에게 멀끔한 모습을 보여주고파 자리에 앉아 심혈을 기울여 털을 정리합니다. 배털, 엉덩이 털, 가슴 털, 눈곱이 묻어 있을지도 모르는 얼굴은, 앞발로 척척 정리하고 나면 준비는 완벽합니다.


아! 방금 창문을 통해 작은 진동음이 느껴졌어요! 주인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라는 탈 것의 소리예요! 누군가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아파트 고층에서 창문도 다 닫혀 있는데 어떻게 주인의 자동차 소리를 구분하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설명은 잘 못 하겠어요. 주인을 구별할 수 있는 특유의 감각이라고 할까요? 말이나 과학적으로 증명하진 못해도, 뭔가 느껴지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설명하진 못해도 늘 이 감각이 느껴지면 주인은 5분이 채 걸리지 않고 현관문을 통해 들어오곤 했으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주인의 기척이 느껴지고 나면 제 마음은 주인의 목소리와 손길을 떠올리고 붕붕 날아오릅니다.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눈꼬리는 부드럽게 흘러내리죠.


이때부터 저는 현관으로 다가가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복도를 가로질러 다가오는 여성의 발소리, 아! 분명, 나의 주인이에요. 언니는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저를 껴안고 제 상태를 확인해 줄 거에요. 하루 동안 열심히 집을 지킨 제 노고를 치하해 주며 간식 주머니를 열어 제 일당을 두둑이 챙겨주겠죠. 기분이 좋다면, 저를 품에 안고 배에 배방구를 불어줄지도 몰라요. 그럼 저는 언제나처럼 싫어하는 척, 끄으응 거리면서 언니의 품에 더욱 파고들겠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바람이 느껴졌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꼬리가 붕붕붕 크게 흔들려 바람을 일으키고 있던 겁니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입꼬리가 올라가고 저절로 행복한 표정이 지어지네요.


드디어 현관문이 열려요! 두 다리로 일어선 저는 주인을 향해, 조금 전까지 열심히 그루밍하던 앞발을 들고 방방 뛰어봅니다.


“초코야! 잘 지냈어?! 하루 동안 별일 없었지? 초코 집 잘 지키고 있었나요~?”

“왕! 왕!”


“오구구 그랬어~~ 집 지키느라 힘들었어! 우리 강아지?”


바깥에서 정말 온갖 냄새를 묻히고 돌아온 나의 주인, 제가 저만큼이나 많은 냄새를 묻히려면 아마 종일 산책을 해야 할텐데. 우리 주인은 힘든 기색도 없이 여전히 굳세게 서서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네요. 저 냄새는 제가 모르는 세상에서 주인이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이겠죠. 그 모든 것이 나를 위해서라니, 아마 나의 주인은 세상에서 제일 좋고 강한 주인일 게 분명해요!


한참을 저를 어루만지며, 기다리느라 지쳐있던 제 마음을 위로해 주던 주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말했어요.


“초코야 잠시만. 나 옷만 얼른 갈아입고 우리 초코 일당 챙겨줄게!”


계속해서 저를 향해 웃어주는 주인이지만, 저는 그 미소 속의 지침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혹시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를 향한 주인의 지친 표정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나만 없었으면, 주인은 저렇게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될 거고, 집에 와서도 푹 쉴 수 있겠지? 내가 밥을 조금 덜 먹었다면, 주인은 조금 더 여유롭게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철없던 시절에는 이런 생각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한 때는 잔뜩 풀이 죽은 채로 밥도 조금 먹고 간식도 반기지 않았어요. 내 용변도 스스로 치워보려고 앞발로 배변 패드를 열심히 접어보기도 했고 주인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 주인이 집에 와도 푹 쉴 수 있도록 저는 제 자리에서 침묵을 지켰죠.


나름대로는 주인을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인데, 정작 그런 모습을 본 주인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초코야…. 우리 초코 왜 그래…. 언니가 뭐 잘못했어? 초코 아니면 어디 아파? 무슨 일인지 말 좀 해봐…. 혹시 언니가 너를 너무 힘들게 하는 거니…?”라고 묻더군요.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제 딴에는 주인을 배려해서 참아보려 했던 건데, 그 방향성이 다르니, 주인을 오히려 슬프게 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배웠어요.


그다음부터 나는 오히려 주인에게 열심히 다가가 애교를 부립니다. 지쳐서 숨이 차오를 정도로 주인을 반기고 얼굴이 아플 정도로 주인 앞에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집에 들어온 주인이 어딜 가든 졸졸 따라다니고 간식도 밥도 최대한 맛있게 먹어 보입니다.


그러면 주인은 그런 저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기뻐하더군요. 마치 저를 품에 안고 마음껏 사랑해 주는 것이 주인의 행복인 것처럼 보였어요.


제가 잠을 자는 방석도, 마실 물도, 비싼 사료도, 맛난 간식도 다 주인이 열심히 일해서 사주는 것들 뿐인데, 저는 그것들을 마음껏 먹고 주인의 품에 안겨 즐거워 했을 뿐인데, 주인은 오히려 제게 고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네요. 정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죠?


주인의 하루는 꽤나 버거웠던 모양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저는 제가 해야할 일을 아주 잘 알아요. 열심히 주인의 곁을 따라다니며 몸을 비비고 밝은 미소를 지어주며 나의 사랑을 표현해 줄 거예요. 우리 주인의 행복은 다름아닌 저이기에, 주인은 아무리 힘이 들어도 저를 절대로 밀어내지 않을 거고, 오히려 나로 인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을 겁니다. 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꼬리를 흔들며 주인에게 향했어요.

"뭐야~ 초코 그새를 못참고 엄마 보고 싶어서 따라 왔어요~? 하여튼 엄마를 생각해 주는 건 우리 초코 밖에 없다니까~~"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나를 품에 안은 채 진심으로 즐거워 하는 나의 주인.


나의 주인이자 엄마이자 언니이자 소중한 나의 친구. 세상에서 가장 강한 우리 주인이 나는 정말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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