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사랑받는 법? 사랑하는 법!

by 마타

“야 너는 진짜 연애 안 하냐?”


“딱히? 생각 없는데? 굳이 안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난 굳이 감정 소모하기 싫어. 결혼할 사람, 한 사람만 만나면 되지.”


“...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였군. 야 생각해봐 너 그러면 결혼할 사람은 어떻게 만날 건데?”


“그냥…. 잘 맞는 사람이 나타날 때가 있겠지?”


“이 자식 생각보다 심각하네…. 야 결혼할 사람이 나중에 누구누구 신부라고 이름표 달고 나타나냐? 하다못해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라도 나눠봐야 이 사람이 잘 맞는지 아닌지라도 알 수 있을 거 아냐.”


“뭐 그건 그렇긴 한데….”


“너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뭐 해.”


“퇴근하고 집에서 쉬겠지 뭘 뭐해.”


“그럼 너 소개팅이나 하고 와. 내가 안 그래도 좋은 분, 한 분 알고 있어. 그분도 너 마음에 든데.

“뭐??? 그걸 왜 너 마음대로….”


“됐고 넌 옷 뭐 입고 갈지나 고민해! 이분 진짜 ‘좋은’분이거든? 놓치면 너 진짜 호구다?”



그런 연유로 예정에 없던 소개팅을 나오게 된 나는, 금요일 저녁, 퇴근 시간의 번잡함을 뚫고 교외의 카페 거리로 향했다.


“하아…. 맨날 그 녀석 말에 휘둘리기나 하고, 내가 진짜 호구가 맞긴 하네.”


한 주를 달려 온 피곤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에 들어선 나는 그래도 애써 옷매무새를 점검하며 혼잣말로 자기 암시를 걸었다.


“그래도 상대에 대한 예의가 있지….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표정 관리 잘하고…. 생각해 보면, 또 의외로 잘 맞을지도 모르잖아? 어쩌면, 새로운 설렘의 시작이 될지도? 잘 되면 녀석한테 밥이라도 사줘야지.”


피곤함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표정이 처진다면, 그건 분명 상대에 대한 무례함이겠지. 나는 일부러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며 마음을 새롭게 하면서 입꼬리를 스윽 올려보았다. 주차된 차량의 유리창에 반사된 뻣뻣한 표정. 잡념을 짧은 한숨에 실어 보낸 나는, 약속 장소인 카페에 들어섰다.


“아.”


“어?”


카페 안쪽에서 풍겨오는 따뜻한 커피 내음이 내 마음을 살짝 떨리게 했다면 거짓말이려나? 절대로 우연하게 마주친 시선 따위에, 식어 있던 마음이 동요한 것은 아니라고 괜히 변명해 보였다.


커다란 반달 모양의 눈동자와 투명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고운 피부, 건강한 검은색 머리카락과 뚜렷한 이목구비. 세련되고 깔끔한 차림새임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끄는 귀여운 외모. 솔직히 말하자면, 퇴근 후의 피곤함이 모두 씻겨 내려간 듯한 기분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소개받기로 한….”


“아! 맞아요. 추운데 먼 길 오시느라 너무 수고하셨어요. 죄송해요. 제가 괜히 이쪽에서 보자고 해서. 제가 퇴근이 조금 들쭉날쭉하거든요…. 회사랑 멀리 떨어진 곳에서 뵈었다가는 약속 시간을 못 지킬 것 같아서…. 혹시 오시는 데 오래 걸리셨나요?”


“아! 아뇨! 금방 왔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일하던 곳이랑 가깝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오는 길에 품었던 불만과 짜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만큼이나 상대가 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겠지. 이쯤 되면 친구 녀석이 이분을 놓치면 호구라고 했던 것도 이해가 갔다.


이런 미인이 내 곁에서 생글생글한 미소를 지어준다면, 충분히 행복하지 않을까? 부끄럽긴 하지만, 그녀와 함께하는 미래가 자연스레 그려졌다.


“OO 씨는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저요? 저는 여행 가는 걸 좋아해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여행 다니고 싶은데. 역시 어딜 가나 돈이 문제죠. △△씨는 여행 가는 거 좋아하세요?”


“여행 좋아하죠. 워낙 일이 바빠서. 잘 못 다니는 게 아쉽네요. 혹시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가 있으셨나요?”

“네! 호주요! 저는 호주의 자연이나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저는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거든요. 혹시나 제 남자 친구가 되실 분이 여행을 싫어하시면 어쩌지 싶었는데, 그래도 △△씨는 저를 이해해 주실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하하 가끔은 기분 전환도 필요하죠.”


“그래서 이직도 생각해 보고 있어요. 지금도 부족한 건 아니지만, 여행을 다니려면 돈을 많이 모아야 하거든요. 다행히 지금 있는 회사는 여유가 조금 있는 편이어서 이직 준비를 하면서, 조금 더 바쁘더라도 급여를 많이 주는 곳으로 가려구요. △△씨는 어떤 회사 다니고 계세요?”


“저는….”


미래에 대한 비전도 있는 것 같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았다. 몇 마디 나누어봤는데도 그녀가 자존감도 높고 목적의식도 분명한 밝은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분명 정서적으로도 건강하고 멋진 사람이겠지. 어떤 사람은 그런 그녀의 성격에 매력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질문이 있었다.


“그럼 OO 씨는 만약 남자 친구 생기면 어떤 거 하고 싶으세요? 평소에 로망이라던가 있으세요?”

“저는 같이 여행 가는 거죠! 그거 말고는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저와 같은 꿈을 꾸고 함께 즐겨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절 이해해 주고 적어도 반대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그렇게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지만, 분명 희망찼던 초반과는 달리, 헤어질즈음에는 먹구름이 낀 것처럼 그녀와의 미래가 흐릿하게만 느껴졌다.


사실 그녀가 무엇을 잘못했다거나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외모나 학벌, 회사 등의 능력만 보면, 내 친구가 말했던 대로, 이 사람을 놓치면 호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예쁜 외모에 뚜렷한 비전을 가진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 누군가는 흠잡을 때가 어딨냐고 되물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가 비록 다른 모든 것을 준비했다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사랑할 준비는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녀는 자신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게 물었던 질문들도 모두,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것보단, 내가 그녀의 곁에서 그 꿈을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 혹은 방해가 될 사람은 아닌지에 대한 것.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이루어주고 그 사람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내가 걸렸던 것은 그녀가 사랑하기보단 받을 준비만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능력은 키우면 되고 꿈은 함께 이루어가면 된다. 설령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함께라면 버틸 수 있다. 사랑이란 둘일 때 더욱 힘이 나는 그런 것이니까.

그러나 사랑하는 법은 다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은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깨치는 것이지만, 남을 사랑하는 것은 경험에 기반한 깊은 고민과 반성을 통해 후천적으로 배워야 하는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상대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깨닫는 능력,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적절한 위로를 해줄 수 있는 능력.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단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즐거워하는 능력, 내가 위로받기보단 위로해 주기를 기뻐하는 능력. 내 꿈을 이루기보단, 상대와의 미래를 꿈꾸는 능력. 이런 모든 것은 인생의 여정 가운데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후천적으로 배워야 하는 능력이었다.


비록 유식하고 능력 있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그녀이지만, 그녀는 자신을 사랑할 줄은 알아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은 배운 것 같지 않았다. 물론 누군가는 함께 맞추어가면 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자신을 비울 줄 아는, 낮아진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꽉 찬 그녀가 과연 자신을 비우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사랑하길 원하는 사람과 사랑받길 원하는 사람. 문자적으로는 잘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이런 경우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게 메이기 마련이었다. 잠깐의 감정으로 어울릴 수는 있겠지만, 바라보는 목표가 다른데, 어찌 동행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소개팅을 주선해준 친구 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어땠어? 진짜 예쁘시고 괜찮으신 분이지?』


“어 그렇더라. 성격은 진짜 매력 있으시고 외모도 괜찮으시더라. 너 말대로 ‘좋은’ 분이었어.”

『그래?! 그럼….』


“근데. 아니야.”


『뭐!? 왜!!』


“... 몰라 너 말대로 내가 호구인가봐. 말하자면 길어! 잘 안 맞았어.”


『넌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아닌 못 된다는 거야! 그분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


“야 됐고.”


『??』


“시간 낭비했으니까. 너가 나한테 밥이나 사.”


『이런 미친…. 야!!! 너 내가 다음부턴 너한테 신경 쓰나 봐라!!』


비록 멋진 상대의 모습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실패할 결말이 너무나 뻔히 보이는 만남이었다. 후회나 미련은 없이, 오히려 겨울밤의 공기처럼 시원한 기분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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