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숲, 삶이라는 오솔길

목적 중심이 아닌, 목표 중심의 삶

by 마타

어린 시절의 우리는 정말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궁금한 것도 많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염려는 강건한 부모님께 맡겨드린 채, 이 넓고 아름다운 세상을 탐구하며 새로운 지식을 배워나갔죠. 어린 시절 세상이 나무와 철,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세상의 구조를 깨우친 것 같은 설렘에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있네요.


지적인 부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함께 미래를 그려봅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목표도 세워보고 얼른 어른이 되어 마음껏 꿈을 펼칠 나이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죠.

그러나 배움이 깊어지고 인간관계에서 실패를 경험하며, 거센 경쟁에 내몰리게 된 우리는 점차 꿈을 잃어갑니다. 현재가 너무나 무거워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얼마든지 있었고 그 뛰어난 사람들도 세상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가는 것을 목도합니다. 노력이 반드시 열매를 맺진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턴, 우리가 어린 시절 꿈꾸던 모든 것들이 실제로는 우리의 힘으로 도달할 수 없는 머나먼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하죠.


또한 세상에는 우리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불량한 친구들의 꼬임과 그 꼬임에 응하지 않아 무리에 끼지 못하는 약한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강한 인상을 비춰야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고 나서부턴 스스로마저 속이는 허세와 거짓말을 일삼죠.


어느 순간부터는 내뱉은 거짓말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의 원래 모습마저 잃어버립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목표가 있었는지, 종국에는 실패와 부족으로 인한 상처를 어린 시절의 꿈과 목표와 함께 기억의 저편에 묻어버립니다. 그리곤 삶의 방향성을 잃고 목표가 아닌, 목적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나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으니 돈을 많이 벌어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거야! 그러기 위해선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아니면 사업을 해야지!’


‘나는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았으니, 그것을 만회해 줄 수 있는 예쁘고 멋진 사람을 만날 거야! 그러기 위해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나를 감추고 포장해야만 해. ’


‘나는 늘 무시당하고 살았으니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거야! 인정받기 위해선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을 끌어내리고 나보다 못한 사람들은 밟고 일어서야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존 본능에 따라 각자가 자기 삶을 살아갑니다.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성인이 되고 나면, 그들을 지탱해 주던 부모님은 예전의 듬직함을 잃으신 지 오래고 경제적인 부분에서까지 압박이 들어오죠.


이젠 그들의 삶에 수많은 목적만이 남아 그들의 목을 옥죄어 옵니다.


셀 수 없는 실패와 간혹 달성하는 부분적인 성공. 그러나 그것조차도 아주 잠깐의 성취감만 맛볼 수 있을 뿐. 곧바로 몰려오는 허무함에 우리는 당혹감을 느끼죠.


‘이걸 달성하면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만족이 안 되지? 다른 걸 해봐야 하나?’

그리고 눈을 돌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찾아봅니다. 여행도 다녀보고, 저축을 통해 쌓여가는 통장 잔액으로 안정감을 찾아보려 합니다. 자신이 부족한 점은 타인에게서 의지해 보려고도 하지만, 끝없이 높아지는 조건 탓에 누구를 만나도 도저히 만족이 되질 않죠.


목표를 잃어버리고 목적 중심의 삶을 사니, 성취감보다는 허탈함과 허망함이 삶을 지배합니다. 어떻게든 허한 속을 채워보려고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자유라는 이름의 안개 속에 갇혀 길을 잃고, 제자리만 뱅뱅 돌면서 외칩니다. ‘아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유인가!’


돈과 과시, 술과 방탕, 시기와 질투, 이성과 정욕, 심지어는 약물과 음란. ‘내 삶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도 된다!’라고 말하며 하나뿐인 존귀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피폐하게 만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자신보다 더한 상황 속, 방황하는 사람들을 보며 위안으로 삼죠. ‘휴. 저들을 보니, 아직 나는 안전하군!’


인정합시다. 때로는 어둠이, 때로는 짙은 안개가 드리우는 드넓은 인생에선, 자유보단 명확한 길과 이정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진정한 자유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아야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가야 할 길을 분명히 보여주는 인생의 이정표, 목표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목표한 목적지에 이르게 해줄 좁은 오솔길입니다.


물론 오솔길만 따라 걷다 보면, 때로는 목적지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참아야 할지도 모르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을지도,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올바른 방향으로의 작은 한 걸음이, 절벽을 향해 내달리는 길 잃은 열정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인생이 풀리지 않고 무엇을 해도 만족이 되지 않는다면, 가지고 있던 정열은 모두 사라지고 두려움과 조급함이 나를 사로잡는다면, 오히려 그때야말로 낮아진 마음으로 자신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축복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거친 인생에서의 휴게소입니다.


바쁠 때가 있고 열심을 낼 때가 있다면, 잠시 자신을 돌아볼 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내가 옳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지, 내가 걷는 이 길의 끝에서 과연 나는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있을지, 혹은 내가 목적에 불과한 것을 목표라고 속이고 의미 없는 달음질을 계속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 말입니다.

목표란 인생을 관통하는 이정표와도 같은 것. ‘내가 무엇을 이루겠다’보단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삶을 살아내겠다.’와 같은 것이죠. 우리의 몸과 목적은 유한하지만, 영혼과 목표는 영원할 수 있습니다.

목표만 분명하다면 내가 뜻한 목적지에 이르진 못할지라도, 내 목표는 변함없으니, 계속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을 회복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달려간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족과 감사함으로 유한한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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