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좌절

너무 소중해 꼬옥 감싸 쥐는 손길

by 마타

축축하고 깜깜하고 답답해요.


끊임없이 밀려오는 문제의 파도에 잠겨, 숨조차 쉬기 어려워요.


어두움 가운데 한 치 앞도 모르겠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파괴의 소리와 누구의 것인지 모를 고통에 찬 신음. 물밀듯 밀려오는 두려움이 나의 다리를 떨리게 하네요.

의지할만한 모든 것이 사라진 가난과 굶주림과 수치 속.


치솟는 불안감에 벽을 두드려 보기도 하고 어찌해서든지 상황을 타개해보려 발버둥 쳤어요.

한 줄기 빛도 없는 어둠 속을 살피려, 애써 고개를 들이밀다 쓰러져, 원망 가운데 소리칩니다.

“이건 내 인생이야! 나를 내버려 둬! 이런 거친 손길 따위 필요 없어!”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터인데, 어쩐지 애달픈 시선이 느껴지는 듯한 그때의 감각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네요.


그때는 영혼이 파괴되는 듯한 고통에 정말 원통함에 사무쳐서 소리쳤지만, 그래도 이제는 알게 됐어요.


이 모든 것이 우리를 향한 사랑일 수 있음을.


막혔다고 생각했던 그 벽은, 사실 우리가 너무 소중해, 세상의 거친 풍파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누군가의 손길일 수 있음을.


손에 상처가 나는 것도 참아내고 우리를 감싸 안는 사랑일 수 있음을.


정말로 놓아버리면 세상의 거센 파도에 삼켜질 것을 알기에, 우리의 말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꼭 쥔 손을 놓지 못해, 애달파하는 누군가의 탄식일 수 있음을.


어쩌면 나보다 더 큰 고통을 인내하고 있을 그 사랑 덕분에, 나를 둘러싼 갑갑한 상황은 오히려 나를 향한 포근한 사랑이 되었습니다. 눈앞엔 여전히 폭풍우가 몰아치지만 이제야 나는 쉼을 얻습니다.



keyword
이전 19화세상이라는 숲, 삶이라는 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