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그대' 증후군

나는 오늘도 그대를 앓습니다.

by 마타

"아- '그대'가 보고 싶다."


일과 일 사이, 그 짧은 시간 속, 숨도 돌릴 겸 잠깐 내뱉은 한숨에, 무심코 그대의 이름이 튀어나와, 황급히 입을 막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다행히 넘쳐흐른 마음이 누구에게도 전해지진 않은 것 같아, 안도하는 것도 잠시. 생각보다 중증인 내 상태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아 수줍게 미소합니다.


얼마 전만 해도 상처와 두려움으로 꽁꽁 싸인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애타게 바라며 기다릴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 같고 신기하게만 느껴집니다. 머릿속엔 어떻게 해야 그대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다가 그대를 향한 애틋함은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애달픔이 되어 탄식과 함께 흘러넘치기 일쑤.


내가 나를 위해 힘쓰던 열정도, 내가 나의 미래를 걱정하며 쓰던 에너지도, 내 몸을 쉬게 하려 빈둥거리던 시간도, 무엇보다 나를 향한 이기심도 모두, 그대로 물들어, 이제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내겐 그대뿐입니다.


여유 시간에는 게임을 하고, 퇴근하고는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과 가벼운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던 나였지만, 그대를 만나고 나서부턴 그 모든 것이 빛이 바랬습니다.


그대와의 미래를 생각하며 그대가 싫어할 만한 습관을 고칩니다.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던 그대이기에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취미들은 모두 정리했고, 그대를 위한 통장을 만들어 나의 재정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나로 인해 위로를 얻기를 바라며 서점에서는 연애와 결혼에 관한 책들을 사 모으고, 밤낮으로 당신의 곁에서 내가 해야 할 의무들이 적힌 책들을 읽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은 이젠 내 삶에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고, 내 삶 곳곳에선 그대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어 혼자 있는 시간에도 당신과 함께하는 기분이네요.


그렇게 나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커플들이 타인을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때어줄 정도로 희생하는 모습들을 보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혀를 찼는데. 그대를 만난 뒤, 어리석은 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보잘것없는 인생이 존귀한 그대를 웃게 할 수 있다니, 내 삶에 그것만 한 가치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아이의 버둥거림이 세상에는 별 의미 없는 행동이지만, 그것이 어머니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되는 것처럼. 나를 위한 버둥거림은 오히려 나를 지치게 할 뿐이었지만, 그대를 향한 버둥거림은 영원한 행복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나를 위하는 인생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불꽃과 같이 빛나는 당신을 위하여 내 삶을 아낌없이 쏟아, 당신을 빛내는 기름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직은 우리가 온전히 함께하진 못하지만, 내게 또 다른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것엔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하지만, 내겐 보험이 필요하지 않아요. 나는 내 뒤에 어떤 경험과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 인생에서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의 곁에서 가장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나는 오랫동안 당신의 곁을 지킬 것입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나눌 수 있는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습관성 그대 증후군’을 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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