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되고 싶어?
내가 이 자석을 받던 순간에 들었던 생각은 강력한 자력에 대한 감탄이었다.
일반적으로 봐 왔던 홍보용 자석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강한 힘.
뭘 만들어도 오래 버티고 튼튼해 보이겠다였다.
지나칠 수 없는 물건이다.
힘을 살리고 디자인은 죽이자. 작업의 목표다.
그리하여 이 자석은 자석 체스판의 말이 되었다.
코팅된 표면에 칠이 잘 붙도록 젯소를 먼저 칠하고 원하는 색의 물감을 두 번 정도 올리면 깔끔하게 바탕이 완성된다. 그 위에 올라가는 체스 말 그림은 프린트해서 스텐실 기법으로 표현했다. 실력 좋은 그림쟁이가 그린다 해도 손으로 그리는 것은 좀 어설플 수 있지만 스텐실 기법은 조금 모자라도 그런대로 멋이 나서 완성도를 높이기 쉽다. 간편하게 표현해내기 좋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손이 많이 타는 물건이다 보니 벗겨짐이 걱정돼서 바니쉬 칠을 여러 번 해줬다.
오래오래 사랑받도록.
원래의 색이 옆면에 살짝 보이는 것도 빈티지한 느낌이 나서 이쁘다.
의도하려 해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실수가 주는 얻어걸리는 아름다움.
아니다, 내 손은 의도한 것일 수도 있으니 단정 짓지는 않는 게 좋겠다.
원적외선 에너지가 나오는 자석이 다른 이름이 되었다 한들 에너지가 줄어들기라도 했겠나.
어디에 두어도 이쁘고 볼 때마다 친정아빠의 에너지가 떠오르는 소중한 가족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아빠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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