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궂은 이웃 할머니 집 담장에 싱그러운 꽃이 피었다.
웬만하면 그 집은 쳐다보지 않고 지나다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빠른 속도로 피해 다닌다고 보는 게 맞겠다.
내가 사는 곳이 2층이라서 창문을 열어도 할머니의 시선과 마주칠 일은 없어서 마음 편히 활짝 열고 풍경을 감상한다. 그 집은 단층이고 마음먹고 위를 보지 않는 이상 눈이 마주칠 위험은 없다.
게다가 나이가 들 수록 허리가 구부러져서 시점이 땅 쪽으로 가까워질 테니까.
요즘은 미세먼지 농도가 좋아서 창문을 활짝 열고 살지만 주변을 살피게 되지는 않는다.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셔 보려고 고개를 내미는데 담장이 눈에 들어왔고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하는 빨간 꽃들에 살짝 난처해졌다.
그래, 니들이 무슨 잘못이냐.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셔 보려고 고개를 내미는데 담장이 눈에 들어왔고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하는 빨간 꽃들에 살짝 난처해졌다.
그래, 니들이 무슨 잘못이냐.
사실 나도 그분과 그리 나쁜 관계는 아니다. 아무런 관계가 아닐 뿐이다.
그 할머니도 모르게 피하는 신세일뿐.
막무가내인 사람이 싫고, 그 무례함으로 상처받아 피곤해지는 게 두렵다.
그 집 앞에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차장이 있다. 시골이라지만 주차난은 여기도 마찬가지라서 이웃들 간에 갈등이 많다.
주차할 공간의 종류에는 건물에 포함된 주차장이 있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면에서 제공해준 부분이 있다. 그리고 주차공간은 아니지만 골목 안쪽 건물 벽에 바짝 붙여 대거나 누군가의 사유지일 수 있지만 관리가 안되고 있는 숨은 자투리 땅이 있다.
늦은 시간에 귀가할 때면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고생하게 되는데 조금씩만 양보하거나 배려해서 주차를 하면 충분히 동네 주민 모두가 편하게 주차를 하고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주차공간과 관련해 갈등이 자주 생기는 이웃 할머니가 몇 분 계시는데 본인의 땅도 아니면서 집 앞이라는 이유로 의자나 화분을 두고 본인이 친한 사람만 주차를 하게 한다. 꽃이 핀 담장 집의 할머니와 그 이웃은 공동 주차장에 트럭도 아니고 5인승 밴 스타렉스가 시야를 가려서 위험하다고 차를 빼라고도 한다.
쉽게 생각하면 그 할머니들과 친해지도록 노력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겪었던 할머니와는 괴리감이 있어서 사생활에 침범을 당할까 꺼려하는 부분도 있다. 오가며 인사 정도로 그 어른들과 친분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집들을 오가는 사람들은 긴 시간을 함께하며 애완견과의 사랑을 공감하고 음식을 나누며 거리의 사람들을 함께 감상하고 사생활의 거의 다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골의 특성과 나이 든 사람들의 특성인가.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으면서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냐고 질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만난 사람도 배려할 줄 아는 자상하고 지혜로운 나이 든 사람이면 안되나 하는 것이다.
누구든 누군가와 관계가 될 수 있는 사람 대 사람이지 않나.
유행처럼 못된 내 성질에 이름을 붙이자면 분노조절장애가 있어서 일이 커질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부딪치지 전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면 대처가 가능해졌다.
천연덕스러워지는 방법인데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어머나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주의하겠습니다. 오늘만 참아주세요.'
'제차가 아닌데 아는 분이니까 꼭 전달하겠습니다.'
정말 나쁜 인간일 땐 '싫어!' 한다.
해봤더니 속이 시원했다. 물론 빨리 도망가야 한다.
밤에 주차할 장소가 없는데 내가 사는 건물 주차장에 다른 집 차가 주차했더라도 그냥 둔다.
어디든 이 골목에는 두어야 하는 거니까. 좀 다정하게 살고 싶은데...
이 사진의 주차 고깔과 시멘트 조각의 만남은 무슨 의미일까?
지금 당장 필요해서 관계하게 되었다 해도...
어느 날 무게 실린 받침이 생겨 엉덩이를 들썩여 시멘트 조각을 떨구어 버린다 해도...
그래도 서로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줄까.
담장에 핀 꽃을 보듯 인사한다면 괜찮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