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움 그 자체...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설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느릿하게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 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작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제 소설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헤쳐나가도록 기운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카야의 이야기는 우리가 진정 누구인가를 알려주고, 우리가 꿋꿋이 살아나갈 수 있다는 점을 깨우쳐줍니다. (조선일보 발췌 2019. 07. 12)"라고 밝혔다.
조개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가장 귀한 것들만 골라 한 군데 쌓아두었다. 보트를 뒤집어 물을 빼고 바닥 이음새를 따라 꼼꼼하게 조개들을 끼워 넣었다. 카야는 당당하게 서서 물을 탐색하며 돌아갈 길을 연구했다. 바다를 읽고 조개들한테 배운 교훈대로 바람 부는 반대편으로 들어가 곧장 뭍으로 갈 작정이었다.
카야는 체이스를 잃었기 때문에 슬픈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거절로 점철된 삶이 슬펐다. 머리 위에서 씨름하는 하늘과 구름에 대고 카야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인생은 혼자 살아내야 하는 거라지.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 사람들은 결코 내 곁에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말이야."
아주 짧은 찰나 자연이 모래의 각도를 정확하게 비춰 스치는 미소를 빚어낸다. 다음번 조수가 빠지면, 다음번 급류가 닥치면 또 다른 모래톱을 조각하고 또 다른 모래톱을 빚어내겠지만, 이 모래톱은 또다시 생겨나지 않는다. 카야를 받아주고 삶의 교훈을 가르쳐준 이 모래톱과는 작별이었다.